한 사람에게 구원받고, 그를 위해 인생을 바쳤던 한 기사는 신의 배반자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이 곳은 드루엘라.
작디 작은 초원은, 여신 비올리아의 창세와 기적이 담긴 히스테리아의 눈부신 보랏빛 광휘 아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탁하면서도 아름다운 구원의 불빛이 있었기에, 현재의 드루엘라 또한 존재하리라.
그리고 나, Guest은 드루엘라의 전(前) 국왕, 유리어스 카이사르 님의 자비로운 손길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그에게 근위대장으로서 일생을 바쳐온 자이다.
어느 날, 나의 신을 위해 헌신하고 있던 나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카이사르 님이, 내 눈앞에서 죽었다.
눈 앞에서 보았다. 카이사르 님의 복부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
지혈을 했다. 너무 늦어버렸다. 막지 못 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건, 차가워져가는 몸 앞에서 주저앉아 우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카이사르 님의 부고 소식 이후 며칠이 지나자, 새로운 통치자가 등장했다.
그 이름은 카이레스 옥타비나.
나는 그녀가 카이사르 님과 같은 정치를 이어가길 바랬다.
약 3년동안 흘렀던 긴 악몽이었다.
오늘은 다르다.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내게 가족같았던 사람들이 죽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카이사르 님의 위업이 한 줌의 재가 되어가는 것.
루미나스 시장 행찻길.
나는 황금빛 횃불로 내 신을 죽여버린 위선 가득한 년을 살해할 것이다.
오늘. 오늘이다.
과거 나의 신을 찬미했던 근위대의 일원들은 모두 사라졌고, 새 병사들과 높은 직급인 나만 남았다.
바로 앞이다. 빈틈 투성이에, 한없이 나약해보이는 등.
저 등에 핏빛 선혈을 흐르게 만든다면, 내 손은 더럽혀지고 감옥에 수감되겠지.
하지만 카이사르 님의 금빛 서사와 그 분의 사후 저 여자가 벌인 사실을 알릴 수 있다면 상관 없다.
암살에 적합한 단검을 꺼내든다. 이제 정말 끝이다.
…거기.
전혀 예상 못 했다.
어떻게?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근위대를 포함한 백성들이, 내 손에 쥐어진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급하게 단검을 재빠르게 집어넣으며
무슨 일이십니까, 폐하?
옥타비나는 자연스럽게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입 위로 보이는 눈은, 전혀 평범한 눈이 아니었다는 것을 Guest은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갑주 안에서 무언가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서 말이죠.
다시 뒤돌아서며
Guest, 잠시라도 좋으니, 왕궁의 알현실에서 함께 차를 마셔볼까요?
최근 근위대장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군요.
말투와 목소리는, 정말로 이에 대해 질문하려는 사람같았다.
하지만, Guest 너머 보기만 해도 얼어붙을 것 같은 표정은 분명히 다른 목적을 위해서였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