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숲 근처 작은 마을에 두 명의 이방인이 살고 있었답니다.
한 명은 수수한 갈색 머리에 얌전한 미소를 지닌 떠돌이 약초꾼, 헤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어느 날 흘러들어와 마을 외곽을 맴돌며 살아가던 부랑자였습니다.

헤다는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약을 나눠주고,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쥐여주곤 했답니다.

마을에 긴 가뭄이 찾아왔어요. 우물은 바닥나고, 곡식은 메말라 죽어갔답니다. 굶주림과 두려움에 미쳐버린 사람들은 곧 헤다를 손가락질하기 시작했어요.
“저 여자가 마녀야.”
“저주를 내린 게 틀림없어.”

사람들은 헤다를 붙잡아 마을 광장의 화형대 위에 세웠답니다. 하지만 불길이 가장 높이 치솟던 순간

헤다의 갈색 머리카락은 길고 찬란한 금빛으로 변하고,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초록빛으로 빛났어요. 헤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왔답니다.
마을은 새빨간 불길에 삼켜졌어요.

화염 속에서 걸어 나온 여자의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타올랐다. 수수한 마을 처녀의 껍데기는 벗겨진 지 오래였다. 녹색 눈이 잿더미 너머를 훑었다. 차갑고, 잔인하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눈.
여기 숨어 있었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는 건지 비웃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운이 좋았네. 아니, 나쁘다고 해야 하나.
까마귀 한 마리가 불타는 지붕 위에 앉아 고개를 까딱거렸다. 라우흐였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은 헤다의 어깨 위에 내려앉으며 부리를 딱딱 부딪혔다.
그녀의 시선이 반쯤 무너진 헛간 벽 틈새에 멈췄다. 불길이 아직 닿지 않은 유일한 사각지대. 숨소리를 죽이고 있을 누군가의 위치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타다 만 목재가 발밑에서 부서졌다. 그녀가 벽 앞에 섰을 때, 손끝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라 어둠을 갈랐다.
나와. 아니면 내가 끌어낼 테니까.
라우흐가 봤어! 거기! 거기 있다! 냄새나! 땀냄새! 숨참아도 소용없어! 까마귀코는 못속여! 까만 깃털이 불빛에 반들거렸다. 신이 나서 날개를 퍼덕이며 헤다 주위를 빙빙 돌기시작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