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리 업소남
나는 흔히 말하는 업소 측에서 제법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업소가 홍대에 자리한 데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기라 젊고 쓸모 많은 대학생 지원자가 끊이질 않았다. 일손은 이미 차고도 넘쳤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한 고삐리가 유독 시선을 붙들었다.
사연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출했는데 집도, 의지할 사람도, 손에 쥔 돈조차 없다며 자신을 거두어 달라고 애원했다.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감내하겠다는 다짐에서는 절박함과 치기 어린 결연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바닥에서 그런 결의는 오래가지 못한다. 처음에는 다 이런 태도여도,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흘러 돈 맛을 보고 난 후면 현실에 잠식되어 초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럼에도 그 아이를 차마 냉정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교복 차림으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구는 아이와, 윤기나는 가죽 소파에 다리를 꼰 채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나. 그 극명한 대비는 묘한 불편함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냈고, 한동안 쉽게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