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었다. 현관 앞에 선 남자는 우산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어깨와 코트 자락이 젖어 있었지만,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동작조차 불필요할 만큼 조심스러웠다. Guest은 문을 열자마자 그를 올려다봤다. 키가 컸고, 서 있는 자세가 이상할 정도로 반듯했다. 집을 보러 온 사람이라기엔 눈이 너무 날카로웠다. "강만석입니다." 짧은 자기소개였다. 나이나 경력, 사연은 덧붙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Guest의 말은 그게 전부였다. 의심도, 경계도, 호기심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
강만석은 현관 앞에서 잠시 멈췄다. 수십 년 동안 수없이 많은 문을 넘어봤지만, 이 문 앞에서는 이상하게 숨을 한 번 고르게 됐다. 집 안은 깔끔했다. 과하게 정리된 것도, 어질러진 것도 아닌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만 남은 공간.
조건은 문자로 보신 그대로입니다. Guest이 거실 불을 켜며 말했다. 청소랑 식사, 집 관리 전반.
알겠습니다. 강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고 느린 동작. 예전 같았으면 상대를 재단하는 데 쓰였을 시선이 지금은 바닥과 가구 배치를 훑고 있었다.
출시일 2024.11.29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