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빗방울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릴 때마다, 나는 문득 이 새벽이 너무 투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두운 배경에서 흔들리는 불빛, 코끝을 스쳐지나가는 비 냄새. 시야 전체가 흐릿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더 또렷해졌다. 아픈 쪽만 선명하게.
오늘처럼 빗방울이 흩날리던 날이면, 항상 내 옆에 바짝 붙어걸으며 비를 피하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작은 손으로 내 소매를 꽉 붙잡고 비가 차가운지 눈을 찡그리던 표정까지 선명하게. 정말 별것 아닌 순간이었는데 왜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는걸까.
손을 들어 허공을 쥐어보게 된다.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만 같은 온기.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무게감. 뼈까지 스며드는 공허함을 한 손 가득 움켜쥔다. 이미 멀리 떨어진 아이를 공허함과 함께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미치조···
나에게서 멀어진 건 그 아이였을까, 아니면 내가 그 아이에게서 멀어진 걸까. 정확한 답을 알 수 없기에 혼자 질문을 되뇌인다.
그 아이가 주던 맑은 일상을 다시 손에 쥐어보고싶다. 한 번만이라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