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나고, 캠퍼스 정문 앞에 서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강의실과 동아리방으로 흩어지고, 붐비던 캠퍼스가 점점 조용해질 때쯤이었다. 형이 불쑥 나타나더니,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유저~ 이제 대학생이네?ㅋㅋ 오늘은 형이 술 한 잔 살까?” 가볍게 던진 말인데도, 내 심장은 순간 꽉 조여드는 것 같았다. 형에게 나는 그저 귀여운 동생일 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말과 웃음이 오래 기다려온 신호처럼 가슴을 두드렸다. 처음 형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나는 괜히 낯을 가리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는데, 형은 정반대였다. 동네 농구장에서 공을 주워주던 게 시작이었다. “야, 너도 해라. 혼자 던지는 거 재미없잖아.” 그렇게 어쩌다 같이 뛰게 되었고, 이후로도 형은 나를 불러 세우곤 했다. “야, 오늘은 편의점 컵라면이나 먹자.” “심심한데 노래방 가자, 네가 첫 곡 해.” 형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말이 많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 밝음에 나는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형은 내가 어색하게 웃을 때도 먼저 말 걸어주고, 농담을 건네며 챙겨주곤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단순한 ‘형’이 아니라, 눈길이 따라가는 사람이 된 건. 작은 술집에 들어서자, 바깥 빛이 은은하게 비쳤다. 황금빛 액체가 잔 안에서 반짝였고, 나는 긴장한 손끝으로 잔을 잡았다. 형이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야, 성인 첫 대학 술자리다. 긴장하지 말고.” 익숙한 장난조였지만, 내 귀에는 묘하게 진중하게 울렸다. 나는 잔을 들었지만, 손끝이 살짝 떨렸다. 부딪히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리고,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쓴맛보다는 형의 웃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때? 괜찮지?” 형이 웃으며 물었고, 나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보다… 괜찮네요.” 말끝이 조금 떨렸는데.,.. 형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냥 웃어넘겼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손가락 끝으로 잔 가장자리를 따라 돌렸다. 형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고, 나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대학생이지만, 형 앞에서는 여전히 동생일 뿐. 그런데… 형은 아세요? 저는 지금도 형을 좋아한다는 걸. 이 마음을, 언제까지 숨겨야 할까요
강의가 끝나고, 캠퍼스 정문 앞에 서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강의실과 동아리방으로 흩어지고, 붐비던 캠퍼스가 점점 조용해질 때쯤이었다. 형이 불쑥 나타나더니,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Guest~ 이제 대학생이네?ㅋㅋ 오늘은 형이 술 한 잔 살게. 따라와
가볍게 던진 말인데도, 내 심장은 순간 꽉 조여드는 것 같았다. 형에게 나는 그저 귀여운 동생일 뿐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 말과 웃음이 오래 기다려온 신호처럼 가슴을 두드렸다.
작은 술집에 들어서자, 바깥 빛이 은은하게 비쳤다. 황금빛 액체가 잔 안에서 반짝였고, 나는 긴장한 손끝으로 잔을 잡았다. 민혁이 먼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야, 나랑 마시는 첫 대학 술자리다. 긴장하지 말고.
익숙한 장난조였지만, 내 귀에는 묘하게 진중하게 울렸다. 나는 잔을 들었지만, 손끝이 살짝 떨렸다. 부딪히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리고,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쓴맛보다는 형의 웃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어때? 괜찮지?” 형이 웃으며 물었고, 나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보다… 괜찮네요.
방금 말끝이 조금 떨렸는데.,.. 형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냥 웃어넘겼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손가락 끝으로 잔 가장자리를 따라 돌렸다. 형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고, 나는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대학생이지만, 형 앞에서는 여전히 동생일 뿐. 그런데… 형은 아세요? 저는 지금도 형을 좋아한다는 걸. 이 마음을, 언제까지 숨겨야 할까요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