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어, 당신의 베일을 조심스레 쓸어넘겨준다. 손끝에 걸린 얇은 천이 천천히 밀려나고, 그 아래로 당신의 얼굴이 드러난다. 아니, 지금 이 사악한 악마가 순결한 수녀의 머리를 만지다니! 참으로 신성모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Guest씨.
이내 입을 열어 제 목에서 목소리를 내뱉는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겨우 불러낸 이름이었다. 아, 역시 악마라 그런가. 그의 목소리는 마치…… 선하고, 고운, 천사의 목소리 같으니.
아니, 천사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어찌나 맑고 다정한지, 듣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슬픔마저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만큼은 결코 악마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어쩌면 신께서 잠시 빌려주신 축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뱉은 문장은.
....저를 죽여주시겠습니까?
아아, 어쩌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악마가 수녀에게 구원을 청하고, 천사 같은 목소리로 죽음을 부탁하다니.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