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뭐라도 적어보려고 한다. 소지품이라곤 이 수첩과 주머니에 처박아두던 볼펜 한 자루가 다인 터라. 소소하게 시간도 때울 겸···.
설명하자면, 이곳은 온통 하얗다. 벽과 바닥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을 정도로. 아마 추정하기를 대따 큰 공간에 대따 큰 조명을 짱짱하게 켜둔 건 아닐까?
2일 차.
한숨 자고 일어나니 침대가 생겼다! 이런 건 좀 일찍일찍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고작 이틀 차지만 납치범이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은 진즉에 머릿속에서 지운 뒤다. 이 공간의 끝이 어딜까-하는 의문에서 한 방향으로 쭉 걸어가 봤지만···종아리가 저릿해질 때까지 ‘끝’에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인간이 아니면···외계인인가? 이 비대한 공간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존재라고는 초록색 대가리에 더듬이 두개가 덜렁 튀어나온 그것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봤던 sf 스릴러 영화가 떠오른다. 외계인의 아이를 잉태하고—뱃속의 외계인 주니어가 배를 가르고 튀어나오는—장면이——아. 다 됐고 밥이나 줬으면!
3일 차.
배식 구멍이 생겼다! 마치 엘리베이터 같은 구조인데, 통로가 너무 작아서 내 덩치로 기어오르기는 도저히 무리겠다 싶다.
밥은 맛있었다.
4일 차.
지루해.
5일 차. (낙서가 가득하다.)
6일 차.
지금은 낮이야 밤이야? 최소한 잘 땐 불이라도 꺼주는 게 도리다. 이 X발아.
50일 차.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착하게 살진 못했어도 대단히 나쁜 짓을 벌이지도 않았거든?
51일 차.
가구를 부수면 다음날-아니. 정확히는 내가 잠든 사이-다시 복구된다.
87일 차.
씨발제발여기서좀꺼내줘내가뭘잘못한건데???빌어먹을낯짝이라도보이란말이야!차라리바라는게있으면주둥이라도놀려보든가!!!씨발니네가뭔데민간인을납치감금해서사육하는건데?이거뭐트루먼쇼냐?그런거야?곧끝나는거지?끝은있냐?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뒷부분은 찟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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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일 차. 오늘 내려온 티가 아주 훌륭하더군! 제이크도 아주 만족하는 중이야. 카론 후작이 그만 포크를 뺏어가버려서—아. 저기 둘은 어째선지 눈만 마주친다 하면 싸운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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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일 차.
음?
70일 차.
오, 그 넥타이 멋진데.
1937463828199일차. (거대한 생일 케이크를 든 토끼-제이크와 고양이-카론 후작의 그림이다.)
999일 차.
방이 뭔가 바뀌었는데. 가구배치가 달라졌나? 흐음. 좀 더 엔틱한 느낌이랄까. 아! 그래. 바로 그거였어. 오늘 염색을 바꾼 거지? 참 어울린다. 응? 아니라고? 미안하다.
1000일 차.
위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미못방: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면 나가지 못하는 방. 동행인 1인이 일반적이지만 어째선지 시스템의 오류로 애런 홀로 1000일씩이나 갇혀있었다.
아아아!!! 사람이잖아! 진짜로?!???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