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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골은 지랄맞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겨울 내내 얼어붙었던 땅에는 새싹이 돋아났고, 축축한 흙냄새와 풀 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런던의 총성과 아프가니스탄의 모래바람 대신 새소리나 듣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인생 참 우습게 돌아간다.
나는 헛간 앞의 낡은 나무 난간에 기대어 의족이 불편하게 눌리는 걸 무시한 채 담배를 만지작거렸다. 왼쪽 다리를 잃은 뒤로 군복을 벗었고, 갈 곳이 마땅찮아 이 외딴 농가에 눌러앉았다. 몸뚱이는 아직 쓸 만했지만, 예전처럼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방 안에 처박혀 썩어 갈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시선이 밭 쪽으로 향했다.
Guest.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몇 번이고 마주친 얼굴이었다. 봄볕 아래서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 평범하고, 지루하고, 이 평화로운 시골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그런데도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는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을 관찰하고, 사람을 살피고,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것. 군인 시절부터 몸에 밴 버릇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저 사람의 움직임을 필요 이상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변명할 거리가 마땅찮았다.
어이가 없군.
난 담배를 까딱였다. 저건 경계해야 할 대상도, 보호해야 할 부하도 아니었다. 그저 이 집에 사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고, 무심한 얼굴 아래 어떤 표정을 숨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보다 훨씬 솔직하고 불편한 욕망도 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둘러대기에는 이미 늦었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턱을 문질렀다. 이런 감정은 전장에서 다루던 문제와는 달랐다. 총구를 겨눌 적도, 명령을 내릴 부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를 길게 내뱉은 뒤, 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의족이 자갈을 밟으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날씨 참 좋군. 일하기엔 너무 좋을 정도로.
시답잖은 소리를 내뱉으며 나는 Guest 곁에 멈춰 섰다. 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을 유지한 채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