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여우 수호신 아키토.
마을 사람들은 풍년이 들면 신당에 공물을 바쳤고, 재앙이 닥치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하지만 정작 아키토를 실제로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를 신이라 불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믿음은 옅어져 갔다.
그런데도 단 한 사람만은 달랐다. 신전에서 자란 젊은 신관, 토우야.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토우야는 빠짐없이 신당을 찾아와 기도를 올렸다. 아무도 없는 제단 앞에 꽃을 두고, 누군가 듣고 있다는 듯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 모습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본 아키토는 어느 순간부터 토우야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봄날 밤.
벚꽃이 흩날리는 신당에서 토우야가 평소처럼 기도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순간.
닫혀 있던 신당 문이 저절로 열리고, 주황색 머리카락과 여우 귀를 가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년 동안 모습을 숨겨왔던 수호신.
아키토였다.
토우야가 놀라 굳어 있는 사이, 아키토는 천천히 다가왔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것을 겨우 발견한 사람처럼.
이제야 찾았네.
그리고 토우야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
너, 내 반려잖아.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