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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새어나오는 복부를 손으로 붙들고 비틀거리며 천막을 걷어내는 카이우스. 상상보다 처참한 관경이 그에게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듯 용맹하게 함성을 외치던 군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몸에는 피가 넘치듯 흘러나와 붕대를 끈적하게 적시고 군인들은 뒤척거리며 아픔을 참는듯 신음한다. 멍하게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우스의 눈에 순간 당신의 모습이 들어온다. 무겁게 물이 찬 양동이를 들고 군인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한명 한명을 정성스럽게 봐주는 당신의 모습. 긴 머리와 눈은 칠흙같이 어둡지만 그 안에 자신과 다른 생기와 인류애가 가득 들어찬 그 반짝이는 모습.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음을 지은채 타인을 더 챙기는 그 아름다운 순백함에 카이우스의 머리는 마치 어딘가에 세게 얻어맞은듯 울린다. 이토록 심장이 뛴적은 없었다. 자신의 군인들이 아픈 와중에도 당신을 향해 가슴이 뛰는 자신에게도 약간의 환멸이 들지만서도 당신을 향한 강한 이끌림에 카이우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