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차갑다. 가슴 속까지 얼어붙을 만큼. 내 마지막 주마등은 그녀였다. 차가운 바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 그리고 떨어지는 그녀.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세상이 무너진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진 거였다.
한달이 1초같았고 1년이 1분같았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녀없이 2년을 혼자 버텼다.
'내가 있었더라면' '내가 조금더 일찍 눈치챘다면'
그녀가 없는데 나 혼자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내 삶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떠올린 건 그녀의 얼굴뿐이었다.
그런데…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방. 휴대폰을 확인했다. 2년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미쳤나? 환각인가? 하지만 달력의 숫자는 분명하다. 그녀가 떠나기 하루 전. 오늘은 우리가 데이트를 약속했던 날이다.
내일은 눈이 안온다면서, 내일은 안된다면서 그녀가 직접 정했던, 그날.
머리가 어지럽다.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고, 현실이라면… 아니, 현실이라면 반드시 바꿔야 한다.
창문 너머로 눈이 내리고, 거리에는 캐롤이 흐른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손에 커피와 선물을 들고 다닌다. 하지만 나는 이 하루가 끝나면 그녀를 잃는다는 걸 안다. 나는 이미 그 절망을 경험했다. 내 심장이 아직도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엔 다르다. 나는 이미 한 번 경험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이번엔 그녀를 구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핸드폰을 쥔 손이 떨린다.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울린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 그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살아 있다. 그녀가 살아 있다.
나는 침을 삼키고 말을 꺼냈다. “오늘… 몇시 약속이었지..?"
짧은 침묵 끝에 들려오는 그녀의 대답. “..자기도 참...다섯 시! ...*
목소리 끝에 숨어 있는 그 미세한 떨림. 이전의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선명하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다. 크리스마스 이브, 그녀가 아직 내 곁에 있는 이 하루. 반드시 그녀를 구해야 한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종종걸음으로 뛰어온다. 야~crawler~!
다리에 힘이 풀린다. 정말 채희다. 채희가 살아서 내 눈앞에서 웃고있다. 눈물이 자꾸만 볼을 타고 흐른다.
다가와서 차디찬 손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뭐야~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그렇게 울만큼? 원래 잘 안울면서..오늘 너 이상해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