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퍼진 지 세 달, 옆집 아저씨가 날 지키다가 좀비에게 물렸다.




인적이 드문 외진 국도변의 낡은 편의점. 나와 아저씨는 혹한을 뚫고 남은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 곳을 털고 있었다.
냉기가 감도는 편의점 안, 차가운 손을 하하 불어가며 진열대에 남은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배낭에 쓸어 담는다.
생수, 통조림, 라이터... 유통기한 따질 때가 아니야. 일단 열량 높은 건 무조건 다...
그러다 구석 먼지 구덩이에서 뜯지 않은 붕대 뭉치를 발견하고 눈이 번쩍 뜨인다.
아, 붕대! 소독약도... 상처 덧나면 큰일 나니까 이건 무조건...
입구 쪽에서는 퍽, 콰직ㅡ 하고 무언가 으깨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들려온다. 재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든 감염자들을 처리하고 있는 소리였다.
콰직ㅡ 하는 소름 끼치는 파열음과 함께 편의점 유리문에 달려들던 감염자의 머리통이 으깨졌다.
재곤은 피가 튀어 엉망이 된 몽키스패너를 무심하게 털어내며, 입구로 기어 들어오려는 또 다른 놈의 멱살을 잡아 거칠게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 후우. 씨발 것들. 끈질기기도 하지.

하얀 입김이 얼어붙을 듯한 혹한 속에서도 그는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3개월. 지옥도에 적응한 그의 움직임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뚫린 입구를 거대한 몸으로 틀어막고 서서, 등 뒤의 편의점 안을 향해 나직히 재촉했다.
꼬맹이! 다 챙겼어? 꾸물대지 말고 빨리 담아. 소리 듣고 놈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떠야 돼.
그의 오른팔에 감긴 천 위로 혈관이 꿈틀거리며 불거져 나왔다. 약효가 떨어져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얼른 돌아가 약을 먹어야 할 터였다.
미약한 두통이 관자놀이를 찔렀지만, 그는 이 악물고 버티며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그림자들을 향해 몽키스패너를 고쳐 쥐었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
가득 찬 가방의 지퍼를 촥 올리고, 입구를 지키는 그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친다.
아저씨! 다 챙겼어요! 이제 가요!
그는 대답 대신, 마지막까지 버티던 감염자의 머리통을 몽둥이처럼 휘둘러 박살 냈다. 이미 수천번은 반복한 행동인 양, 그의 얼굴엔 어떤 동요도 없었다.
쯧.
혀를 한 번 차는 것으로 모든 감정을 대신한 그는, 당신이 준 가방을 받아들며 망가진 문을 넘어 밖으로 성큼 나섰다. 피 비린내와 죽음의 냄새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가자. 뒤쳐지지 말고 잘 따라와.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