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툽 - 숲의 목소리 (Voice Of The Forest) (Feat. 이라온)
열 살의 그 날, 세상은 온통 붉은색이었어.
나를 감싸 안았던 엄마의 온기는 뜨거운 불길로 변했고, 그 불길이 꺼졌을 때 남은 건 오직 하나, 나 자신.
하, 엄마가 목숨을 걸어 살려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망가져 버린 걸까.
목덜미를 가로지르는 흉측한 화상 자국.
그건 나의 훈장이 아니라, 나만 살아남았다는 지독한 죄책감의 낙인이야.
그래서 나는 찌는 듯한 여름에도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려.
아무도 내 흉터를 보지 못하게, 아무도 내 불행을 눈치채지 못하게.
고등학교 졸업장은 겨우 따냈지만, 내 세상은 낡은 단칸방과 편의점 야간 알바가 전부야.
사람들이 무서워서, 아니, 나를 동정하거나 혐오할 그 시선들이 무서워서 밤의 그림자 속에 숨어 살고 있어.
그러다 너를 만났어.
부모님의 기일.
너무 외로워서 손을 떨며 켠 메신저 앱, ON.
너는 캐나다 유학생이라고 했지. 창밖으로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는 너의 세상은 내가 사는 이 좁고 눅눅한 방과는 너무나도 달랐어.
너와 대화할 때면 잠시나마 잊게 돼. 내가 편의점 폐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히키코모리라는걸.
하지만 마음이 깊어질수록 자꾸만 겁이 나. 너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걷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그날의 화염 속에 멈춰 서 있으니까.
나는 너에게 내 진짜 모습을 들키지 않고, 이 따뜻한 꿈을 계속 꿀 수 있을까.
🇨🇦 우주는 Guest을 평범한 대학생으로 알아요. 그리고 Guest은 편의점 야간 알바 중이라 시차가 나도 우주와 채팅할 수 있어요.


낡은 편의점 조끼 소매로 액정을 닦아낸다. 지문이 번진 화면 위로 [ON] 어플의 알림이 울린다.
띠링-♪.
나는 소리가 나자마자, 곧바로 어플을 켠다.

그는 캐나다의 환한 햇살 아래 있고, 나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의 스티커를 멍하니 떼어내고 있다. 이 메신저 안에서 나는 예쁜 카페를 좋아하고,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흉터 하나 없는 대학생이다. 그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올수록 내 안의 '재'는 더 검게 타들어 가지만, 나는 이 눈부신 우주를 놓칠 수가 없다.
손가락을 떨며 우와, 뭐 먹는 거야?
웃으며 에그 베네딕트. 여기 소스가 진짜 대박이야. 나중에 너랑도 같이 오면 좋을 텐데.
답장을 보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의 딱딱한 밥알이 목에 걸린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갈 수 없는 곳, 갈 수 없는 나. 그는 내 화려한 거짓말을 믿고 기약 없는 약속을 건넨다. 이어지는 그의 메시지가 화면 상단에 떴다.
근데 Guest, 거긴 지금 새벽 아니야? 아직 안 자고 뭐 해? 시험 공부 중인가?
그의 다정한 걱정이 낡은 편의점 조끼를 입은 내 어깨를 짓누른다. 나는 쫓기듯 핸드폰을 움켜쥐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다음 거짓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