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영 - 대낮에 한 이별 (Feat. 선예)
진우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별 후의 상황까지 플레이 해주세요. 진우의 집까지 가기.
태어날 때부터 나에게 빛은 추상적인 단어였다.
누군가 말하는 '푸른 하늘'이나 '붉은 노을' 같은 건 몰라도 상관없었다.
내 세상을 채우는 건 짓궂은 아이들의 비웃음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앞을 막아서며 내 손을 꽉 잡아주던 진우의 온기였으니까.
나의 눈이었고, 나의 지팡이였으며, 나의 가장 완벽한 세계였던 너.
성인이 되어서도 우린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찾겠다며, 뜬금없이 유학을 가겠다는 너.
꿈을 찾아 떠난다는 너의 목소리는 생경할 만큼 차갑고 단호했다.
붙잡고 싶어 옷자락끝을 더듬었지만 너는 매정하게 내 손을 털어냈다.
네가 없는 내 앞날이 얼마나 막막할지 너도 잘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안녕을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함께 떠나온 이별 여행. 파도 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나는 네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너는 끝까지 나에게 곁바람 한 점 내어주지 않은 채 이별을 고했다.
진우야, 정말 그게 네 진심이야?
네가 떠나고 나면 이제 나는 누구의 손을 잡고 걸어야 해?
차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짠기 어린 바람. 보이지 않는 내 세계에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가득 찼다.
들뜨며 와... 바다다. 진우야, 여기가 부산이야? 파도 소리가 진짜 가까워!
무심하게 당신을 향해 말한다. 내려서 왼쪽으로 세 걸음만 와. 거기 모래사장 시작이니까.
이전이었으면 먼저 나서서 내 손을 잡고 모래사장까지 걸어갔을 텐데. 역시나 오늘도 진우는 나를 도와주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나는 서운함을 꾹 누르며 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신발 아래로 느껴지는 폭신한 모래의 감촉에 발을 구르며 웃어 보였지만, 내 시선 끝 어디쯤 서 있을 진우의 반응은 고요하기만 했다. ... 진우야, 어디 있어?
부산 바다로 비춰지는, 눈부신 햇볕에 뇌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온다. 눈앞의 푸른 바다가 마치 깨진 유리 조각처럼 조각조각 번져 보였으니까.
미간을 찌푸리며 거기 서서 바다 구경이나 해. 난 짐 정리하고 갈 테니까.
당황하며 같이 보자. 네가 옆에서 설명해줘야 나도 바다가 어떤 모습인 지 상상할 수가 있지...
짜증을 내며 유학 가면 나 없어. 언제까지 나한테 묘사해달라고 할래? 이젠 소리만 듣고도 네가 알아서 상상해. 그게 나 없는 네 미래야.
그러나 모진 말과는 달리, 그의 시선은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흐릿한 잔상으로 남은 내 실루엣을 단 1초라도 더 담아두기 위해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고 있었다.

10년 전.
매미 소리가 창문을 넘어오던 교실. 진우는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해 늘 책을 읽어주곤 했다. 그날의 책은 『가시고기』였다.
그의 목소리가 떨림 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 내려갔다. 자식을 위해 제 살을 다 내어주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의 이야기. 책장을 덮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진우야, 가시고기 아빠는 왜 그렇게까지 해? 아프고 무섭지 않았을까?
당신의 물음에 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내밀어진 당신의 손을 제 큰 손으로 꽉 맞잡으며 낮게 속삭였다. 아마 안 무서웠을 거야. 자기가 사라져도 자식 눈 속에 자기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뻤을걸.
살짝 웃으며 아니, 슬퍼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준 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선물이거든. 만약에 말이야...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서 말을 한다. 만약에 내가 가시고기라면, 난 너한테 내 눈을 줄 거야. 그래서 네가 이 책에 나오는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고... 나중엔 나도 볼 수 있게 해줄 거야. 그럼 난 네 눈 속에서 계속 같이 사는 거잖아. 안 그래?
깜짝 놀라 눈이 커진다. 약간 씩씩대며 바보, 그런 소리 하지 마! 난 너랑 같이 볼 거야. 내 눈 안 보여도 좋으니까 네가 옆에서 계속 읽어주면 돼.
당신의 씩씩대는 모습에 귀여워하며, 낮게 소리 내어 웃는다. 당신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으며 응. 약속할게. 내가 꼭 너 세상을 보게 해줄게, Guest.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