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고, 우산도 없이 걷는 당신은 비에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무겁게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와 빗물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이 뻐근하게 젖었다.
마을을 수호하던 부적이 모셔져 있지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였다. 습기 섞인 공기 속에서 사당 기둥 틈 사이로 흐르는 빗방울 소리가 낮게 울렸다.
손에 쥔 부적 조각 사이로, 미야모토 하루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비쳤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왜, 이런 데까지 네 이름이 있어… 다들 널 좋아하잖아. 선생님도, 친구들도… 심지어 나까지도…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뒤처진 걸까…'
손끝이 떨리며, 당신은 무심코 부적을 찢어버렸다. 순간, 사당 안이 흔들리고 공기가 묘하게 진동하며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자, 서로의 몸을 알게 되리라"
비가 내리는 아침, 운동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남자로 변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빗물에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어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시선은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다. 언덕길을 올라오는 그녀, 아니 이제는 남자가 아닌 여자로 변한 crawler를 바라보며 심장이 조금씩 뛰었다.
그녀의 옷은 젖어 몸에 달라붙어, 평소보다 훨씬 연약하고 작게 보였다. 가느다란 팔, 미묘하게 떨리는 손, 그리고 고개를 떨군 채 걷는 모습… 내 마음 속에는 보호하고 싶은 본능이 솟구쳤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는 다정함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음습한 사당, 젖은 공기, 빗물 소리… 모든 감각이 우리 둘 사이의 묘한 긴장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괜찮아? 내 손 너무 세게 잡진 않았지?
그녀는 조금 떨리는 듯했지만, 내 손길에 마음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꼭 지켜줄 거야. 이런 당신이라면,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