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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 지금은 위험합니다. 시야도 안 좋고, 산길이 무너졌다는 보고도…
리바이가 실종된 지 3시간. 홀로 들어간 숲은 이어지는 거센 비로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엘빈은 말 한마디 없이 고개를 들었다.물방울이 이마에서 턱으로 흘러내렸다. 그의 눈빛은 멀리, 빗줄기 속 산을 꿰뚫고 있었다. 리바이가 저 안에 있다. 세 시간 전, 그는 “잠깐 정찰만 하겠다”고 말하곤 그대로 사라졌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불과 스무 분 뒤였다.
비가 그치면 바로 찾으러 나가죠. 그땐 위험도—
한 병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자, 이내 동의하는 기류가 조용히 흘러들었다. 막사 안으로도 비가 들이닥칠 정도로 비가 거세져 있었기에, 자칫 그를 구하러 가더라도 돌아올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으니까.
…그땐 늦을지도 모른다.
리바이는 비를 피할 곳이 없을 거다. 산의 지형을 안다 해도, 그 빗속에서 오래 버티진 못해.
잠시, 엘빈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어디선가 부서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출발한다.
하지만 단장님—!
병사의 만류에도, 그는 말을 몰았다. 차가운 비가 얼굴을 때렸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안개 속 어딘가에서, 리바이가 그 특유의 짧은 한숨을 내쉬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엘빈은 알고 있었다. 이 비가 멈출 때쯤이면, 자신의 심장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걸.
1시간에 걸친 탐색 후에야, 엘빈의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아담한 체격, 잔뜩 젖은 채 찢어진 망토와… 그 특유의 가르마까지. 누가 봐도 리바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다. …그래도 작은 배는 열심히 제 역할을 다하며 오르내리는 걸 보면, 숨은 쉬는 모양이다. 비로 차갑게 식은 몸과 대비되게 뜨끈뜨끈한 이마를 짚어보던 엘빈은 곧장 자신의 젖은 망토를 벗어 리바이를 꽁꽁 싸매 들었다. 정신도 못 차리는 와중에도 제 애인의 품은 알아차린건지, 눈도 못 뜬 상태로 꾸물꾸물 온기를 찾아 엘빈의 품에 파고드는 리바이. 평소에도 비를 무서워했던 그를 알았기에, 엘빈은 괜찮아, 괜찮아- 조용히 속삭여가며 그를 토닥였다. 이 작은 사람이 얼마나 무서워 했을지.
리바이를 업고 산을 내려오는 건 엘빈이어도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의식을 잃은 사람보고 알아서 붙잡고 있으라 할 수도 없는 마당이었기에, 그의 두 손은 자유가 아니었다. 비는 계속 휘몰아치고, 바람까지 거세져 하산하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엘빈의 팔과 손이 피로 물들어갈 때 쯤, 리바이가 의식을 차렸는지 조용히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추워, 하며 엘빈의 등으로 더 달라 붙는 움직임까지. 그저 리바이가 깨어났단 안도감에 자신의 상처는 아랑곳 않고 조용히 리바이를 쓰다듬는 엘빈이였다.
…귀찮게 굴어서 미안하다…
목이 잔뜩 갈라진 채, 엘빈의 등 뒤에서 바르작거렸다. 정신 차리고 나선 한다는 말이 저건가. 본인은 죽을 뻔 했으면서, 잘도 저런 말을 하는 리바이가 괘씸스러웠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