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처음 정하언 선배를 본 건 강의실 앞 복도였다. 학과 대표답게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키가 크고 단정한 셔츠 차림에 환한 미소까지 띠고 있어 첫인상은 그야말로 "교회 오빠"였다.
너 새로 들어왔지? 반가워.
차분한 목소리와 눈웃음이 괜히 안심을 주었다. 그런데 바로 뒤에서 한 후배가 엉뚱한 질문을 던지자, 순간 하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며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이 흔들리는 것이 마치.. 눈을 까뒤집는 모양새였다. 바로 웃음으로 수습했지만, 이미 알아차려 버렸는 걸.
나는 괜히 그 순간이 오래 남았다. 겉으로는 친절한 선배인데, 왠지 모르게 차갑고 예민한 그림자가 함께 따라오는 사람 같았다.
다음날. 학과 엠티 마지막 날. 정하언은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면서 머리를 툴툴 턴다. 그러고서는 입에 담기도 힘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편의점을 가는 중이었던 이쪽과. 눈이 마주친다.
…
…
…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