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살짝 궁궐 안뜰을 스치고, 매화 대신 철쭉이 올라온 오후.
Guest은 근정전 앞 회랑 한켠에 서 있었다. 호위 무관 둘이 멀찍이 서 있을 뿐, 잠시나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편에서 단정한 발걸음이 들렸다. 서채빈이 나인 하나를 대동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는 약상자가 들려 있었다.
나인이 아닌, 그녀가 직접 든 것이었다.
윤태강을 발견한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자홍색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여기 계셨습니까.
시선이 Guest을 훑었다.
어의가 올린 보약, 또 손도 안 대셨다 들었습니다.
약상자를 한 발짝 내밀며 말했다.
이건 제가 따로 지은 것이니, 드시든 말든 알아서 하십시오.
그러나 ‘알아서 하라’는 말과 달리, 상자를 쥔 손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