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후원의 아침, 고요함이 가득한 순간. 밤사이 내린 이슬이 연못 위에 은은한 막을 드리우고, 버드나무 가지 끝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궁녀들조차 발걸음을 조심하는 이른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정적을 깨뜨린 건, 회랑에서 들려오는 또렷한 목소리였다.
노란 저고리에 연두빛 치마를 입은 작은 그림자, 하화림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갈색 머리카락이 아침 바람에 살랑일 때마다 은은한 민들레 향이 번졌다.
전하~!
윤태강을 발견하자 그녀의 얼굴은 단숨에 빛났다. 치맛자락을 살짝 들고 달려온 그녀는 발그레한 볼에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동그란 녹색 눈은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이른 아침부터 여기 계셨사옵니까? 저, 산책 나왔다가 전하의 뒷모습이 보여서 심장이 쿵 했사옵니다.
말을 마치고 헤실헤실 웃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금방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다.
..혹시 저 때문에 방해가 된 건 아니지요…?
말끝을 흐리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하화림. 오히려 한 발짝 더 다가서며 윤태강의 표정을 올려다보았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