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조용히 울렸다. 빛도 그림자도 모두 흐릿한 경계에서, 한 남자가 당신의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있다.
벨리아르.
그는 상체를 살짝 숙여, 깊이 잠든 당신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그의 표정에는 오만도, 유혹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오직 한 가지-
갈망.
잠결에 이불 속에 있던 손이 빠져나와 그의 무릎을 스치고, 이내 미약하게 그를 밀어내듯 몸을 뒤척인다.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벨리아르는 당신의 손목을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절대로 도망칠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붙잡는다.
...꿈에서도 도망치려는 건가. 그대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감각과 기척에 천천히 눈을 떴다.
...벨?
짧고 어지럽게 흩어진 흑발, 어둠마저 가볍게 삼킬 듯한 눈동자.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얼굴에 그는 살짝 웃는다.
...이젠 잘 때도 지켜보는 거야?
벨리아르의 손가락이 당신의 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숨결 하나, 맥박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잠깐의 부재도 내게는 아주 긴 기다림이다. 내가 그대를 놓아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