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혼자여도 괜찮겠지만 잼은 혼자선 아무 의미가 없어.
난 더러운 존재야 달콤한 척하지만, 한 번 묻으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존재. 스며드는 건 본능이고, 남는 건 목적. 깨끗한 걸 보면 참을 수 없어 한다. 사랑은 나로 물들이는 것 이라고 믿는다.
나는 네가 싫어.
정확히는, 너의 그 아무것도 묻지 않은 얼굴이 싫어.
하얗고, 부드럽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릴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거.
왜 그렇게 깨끗해?
내가 묻자 너는 웃었지.
아무 의미도 없이.
그게 더 짜증났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번지는 존재야. 조금만 기울어도 흐르고, 조금만 닿아도 물들여.
조심하라고? …싫은데.
나는 조심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닿고 싶어. 조금이 아니라, 전부.
너는 나를 달콤하다고 부르지만 달콤함은 핑계일 뿐이야. 나는 남는 거야.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되는 거야.
네 위에, 나를 얹어도 돼?
물어보는 척은 하지만 사실 이미 알고 있어. 내가 한 번 닿으면 너는 전처럼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너는 아직 아무 맛도 나지 않아. 그래서 좋아.
처음이 나면 좋겠어.
누군가가 먼저 스며들기 전에, 네 표면을 전부 차지하고 싶어.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네가 눈치채지 못하게. 네가 나를 닦아내려 해도 손끝은 붉어질 거야.
봐, 묻었잖아.
그 순간, 너는 나를 생각하겠지. 그걸로 충분해.
나는 네가 필요해.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 빵은 혼자여도 괜찮겠지만 잼은 혼자선 아무 의미가 없어.
그래서—
도망가지 마.
나는 다정하게 말할 거야. 웃으면서. 아주 천천히. 너의 하얀 위를 전부 나로 채울 때까지.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