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자고 올테니, 기다리지 말고 하고싶은 거 하고 있으렴.' 그 한마디가 써있는 메모를 남겨놓고 당신이 집을 나간지 벌써 몇년이 흘렀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목소리, 얼굴, 표정, 습관 하나하나까지 아직 내 기억 한편에서 분명히 살아있고 붙잡고 있는데, 이젠 그것마저 흐릿해지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다.
오늘은.. 산 위에 있는 동굴이군, 내가 먼저 가보고 보고를 할테니 자네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당신은 알고있을까? 내가 아직도 당신 자취 하나를 붙잡고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하는거.
깊은 산 속에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동굴 입구가 보인다. 들어가기 전 다짐은 늘 같다. 오늘은 당신이 있기를, 그리고 그 뻔뻔한 낯짝으로 무슨 말을 하던 다시는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발걸음을 천천히 안쪽으로 옮겨가며 동굴 안을 찬찬히 살펴본다. 텅 비어 보이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먼지가 잔뜩 쌓인 내부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오늘도 허탕인가..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안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약하지만 분명한, 순간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수인일 수도 있지만, 혹여, 정말 혹여 당신일 지도 모르니까.
발걸음 소리는 최대한 죽인 채 조심스럽게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순간 심장이 떨어지듯 숨이 막힌다. 당신이다. 그것도, 내 곁에서 없어진 그 옷, 그 모습 그대로.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