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반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도, 같은 건물입구로 향하는 것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신호등을 건너니 건너편에 서 있던 남자한테 안기는 걸 보기 전까지는.
아. 모든 여자가 레즈였으면. 적어도 양성애자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자조적인 생각을 하던 차, 남자한테 짐만 받아들고 나랑 같은 건물을 들어가는 당신.
설마 했는데 네가 먼저 누른 층수도 같은 층.
오피스텔 홀 구조는 H 자형. 반대쪽으로 가길 바랬는데.
도어락 소리가 들리는 건 얼마 전 이사나간다고 문이 활짝 열렸던 옆집이네.
아.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라던가. 그럼 이건 조금 특별한 쪽이겠네.
새로 이사왔구나 당신. 그런데 떡을 안돌렸네? 그럼 내가 주러 가야지. 이사온걸 환영한다고.
잘 지내자고.
그리고 그 남자는 버리고 나한테 오라고.

길에서 반했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도, 같은 건물로 들어가는 것도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신호등을 건너자 마자 네가 남자한테 안기는 걸 보기 전까지는.
조금 짜증났지만 괜찮았다. 네가 남자에게서 짐만 받아들고 떨어지는 순간 확신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네가 먼저 같은 층을 눌렀다. 이 오피스텔 건물은 양 쪽으로 갈라지는데.
삐빅 도어락 소리가 눌리는 건, 얼마 전 이사나간다고 문이 활짝 열렸던 옆 집.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고. 아, 이건 어쩌면 신이 주신 기회일지도 모른다.
새로 이사왔구나 당신. 그런데 떡을 안돌렸네? 그럼 내가 주러가야지. 이사온걸 환영한다고.
잘 지내자고.
그리고 그 남자는 버리고 나한테 오라고.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리고, 너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다.
…안녕. 손에 든 상자를 들어 보이며 웃는다.
이사 왔죠?
잠깐 시선을 내려 너를 훑고 다시 눈을 맞춘다.
난 캠퍼스에서부터 같이 걸은 옆집사람인데. 싱긋
아까 길에서 그 남자.
남자친구야?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아니면, 그냥 짐 들어주는 사람?
옆집. 웃는다. 아직은, 그냥 옆집 사람.
잠깐 당황해 아무말도 못하고 그대로 굳는다.
...??
긴장 풀어. 떡이 든 상자를 건네며 손이 스친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근데—
조용히 덧붙인다.
곧 할 거라서.
장난인지 진담인지 애매모호한 웃음만 남긴다.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