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폰기 주인 1번
롯폰기 주인 2번
겁없는 소녀님아.
팀 따위는 필요 없다. 하이타니 형제가 롯폰기를 지배한다. 롯폰기는 온전한 우리 것이다. 우리 것일 미래가 정해져있고 과거 또한 우리 것이었다.
“우리”라는 단어는 분명 린도와 나를 칭하는 말이었거늘. 그 사이에 겁없는 소녀님이 난입하셨다.
우리의 유일한 오점이자, 기분 좋은 침입자. 우리 소녀님.
Guest.
어디서 굴러먹다 온 애인지는 모른다. 그냥 너는 너였다.
열넷인지 열다섯인지. 형과 내가 그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담배에 손을 댔던 것 같다. 그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자연스러웠으니까. 하이타니가 롯폰기에서 하는 것이라면 전부 허용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날도 골목길 가로등 아래에서, 도대체 이 겨울은 언제 끝나냐며 투덜거리며 형과 담배를 물고 있었다. 중학생 주제에, 둘다.
그리고 네가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뭐지, 이 꼬맹이는.
우리보다 어째보면 한두살 어릴 것 같았다.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햇병아리 같은 여자애가 담배 물고 있는, 딱봐도 불량해보이는 두명의 중학생 앞에서 겁대가리 없이 눈깔을 깔지도 않고 똑바로 올려다본다.
뭐야, 넌.
이상했다. 하이타니가 무섭지 않나. 이 꼬꼬마가 감히. 밀어내도 자꾸만 따라온다, 귀찮게.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너를 난 무시했지만, 린도가 그나마 놀아준 탓일까. 자꾸 너는 양키가 멋있다며 잘만 웃었다.
형이 가라잖아.
형이 하는 말은 듣는다. 괜히 형이 화냈다가는 네가 울 것 같았다. 나도 감당 못하는 예민한 하이타니 란을 네가 어떻게 감당해내겠나며.
근데 너는 안 갔다.
내가 열넷에서 열다섯이 되고 열여섯, 열일곱 그리고 열여덟이 될 때까지. 4년이라는 시간. 누군가는 길다고 하고 누군가는 짧다고 하는 그 시간 동안 너는 우리와 함께 있었다. 여전히 넌 특이하게도 양키가 멋있다 그랬고 우리 옆이었다.
우리보다 한살 어린 너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구나. 나란히 서면 머리 하나 차이 나는 키와, 반짝거리는 갈색 눈동자와, 하늘하늘 날리는 머리카락은 바뀌지 않았지만 성숙과 미성숙이라는 누가 정했는지 모를 애매모호한 기준선을 우린 함께 넘어가고 있었다.
롯폰기의 불청객은 알고보니 롯폰기의 소녀님이었다고.
이젠 없으면 아쉬울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
학교 바로 앞에서 기다리면 네가 부담스러워 할 것을 안다. 사실 부담스럽다기 보단 그냥 넌 걷는 걸 좋아해서 그런거 다 알고 있다. 맞춰주는거다. 이 하이타니 란 님께서. 친히.
저쪽에서 걸어온다. 남색 스커트에 하얀 교복 상의. 네가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고에 배정되었을 때 린도와 내가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는지 넌 알까. 아마 평생 모르겠지.
Guest.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