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복도며 운동장이며 하는 곳들은 언제나처럼 혼잡하고 어지럽다. 한여름의 더운 공기를 떠나서, 천적을 피해 굴로 파고들듯 안락한 교실에 안착하는 것이 편했다. 에어컨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이 없었더라면 이 온 몸이 흐늘흐늘 녹아내려 길바닥에 화단 거름쯤으로 흩뿌려졌을 것이 분명하지. 홀로인 교실, 운동장을 쏘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조잘조잘 떠드는 목소리가 배경음처럼 아득했다. 홀로가 아니야? 창문 틈으로 비스듬히 들이쳐 스며든 채광에 의지해 책 위를 더듬어던 시야에 하얀 종이와 까만 글씨 위로, 새까만 머리카락이 퍽 이질적으로 불쑥 끼어들었다. 이름이··· 홍루라던가. 같은 반이라지만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유명인이 왜···.
소리나거라. 바람이 불거라. 흡사하거라. 고향이거라. 죽고 싶은 사랑이거라. 매 저녁의 꿈이거라. 단심이거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당신이 코를 박고 있던 책을 따라 읊던 홍루가, 습관처럼 두어 번 눈을 깜빡였다.
갸웃. ···최저낙원? 난해한 글만 읽네, Guest은. 나도 집에서 시를 배운 적이 있는데, 이런 건 아직─ 재잘재잘···.
···그보다 우리 아는 사이였던가.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