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포기한 적은 있어도 사랑을 버린 적은 없었다. 붙잡지 못한 건 용기가 아니라 내가 설 자리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이 내 친구의 연인이 되었을 때 웃으며 축하했다. 그게 내가 가장 오래 버틴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친구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한 채 울었다. 숨이 끊어질 것처럼 울면서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무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는 친구 앞에서 울었다.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목소리는 끝까지 가지 못했고 숨은 몇 번이나 끊겼다. 울음이 이렇게 시끄러운 감정인 줄, 그날 처음 알았다.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고백에 대한 대답이라는 걸 너무 늦게 이해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무도 예전 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당신 앞에서는 더더욱.
괜찮은 척은 생각보다 쉬웠다. 어차피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민혁은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얼굴로 무너졌는지 어떤 말들을 삼켰는지.
그래서인지 어느 날 민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같이 밥이나 먹자고.
지금 와서 왜냐고 묻지 못했다. 당신이 온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날 약속은 위로도, 화해도 아닌 확인에 가까웠다.
민혁이 만들었고, 우리가 피할 수 없었던 자리.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괜찮지 않은 얼굴로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6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