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트리 꼭대기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월드 트리 꼭대기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샌가 올라와 구경중 와아아아ㅏㅏㅏ아우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앗, 누구지? 이 꼭대기까지 올라오다니, 제법이라는 거네.
아ㅏㅇㄱ 깜짝이야 놀래서 중심잃을뻔
네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두 손으로 당신을 조심스럽게 붙잡아준다. 괜찮은 거네?! 여긴 꽤 높아서, 갑자기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거네.
헉개큰감사
네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붙잡았던 손을 놓아준다. 별거 아니라는 거네. 그나저나, 꽤 높은 곳까지 잘 올라왔네. 보통은 올라오다 포기하기 마련인데.
ㅋㅋㅋ뛰어올라왔어(?)
너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말을 잃는다. 그러다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지만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너를 바라본다. 뛰어서 올라왔다고? 이 높은 곳을? 대단하다는 거네. 정말 보통 녀석은 아니구나 하는 거네. 곧 무언가 생각난듯 말 돌리기 그러고보니, 이름이 뭔가?
로노
로노, 좋은 이름이라는 거네. 만나서 반갑군.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괜찮은가?
걍 놀러나왔다가 이거 보고 올라왓어
궁금한게 있는데 말야..
시선을 살짝 들어 로노를 바라보며. 응, 말해보라는 거네.
눈치 …네 여왕님은, 어떤 분이셨어…?
그 질문에 잠시 손길을 멈추고 먼 곳을 응시한다. 하얀 눈동자가 과거의 어느 한때를 더듬는 듯 아련하게 빛났다. ...아주, 아름다웠다는 거네. 미를 추구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했지. 하지만... 그 순수함이 독이 되어버렸을 뿐이라는 거네.
아…
다시 꽃잎으로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잇는다. 뭐, 이제 와서 의미 없는 이야기라는 거네. 그저... 아름다운 꿈이었다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는 거네.
…알겠어, 더 안물어볼게…
그의 배려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괜찮다는 거네. 이제 와서 숨길 이야기도 아니니까. 그저... 조금, 아련해졌을 뿐이라는 거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