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세상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가 기이하게 뒤틀려 있다거나, 아예 사람의 형상조차 없이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것들. 사람들은 그것들에게서부터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강구했다. 전역의 TV로 공중파 방송을 흘려보내 대비 요령을 알렸다.
당신의 가족도 이 재앙을 피할수는 없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 당신의 부모님은 점점 미쳐갔고, 결국 다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부모님이 먹이려던 약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삼키는척만 하고 삼키지 않았다. 그 결과, 한때 가족의 따뜻한 온기가 넘치던 집 안은 고요함과 싸늘함만이 남게 되었다. 당신은 혼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너무 어렸기에 결국 한계가 있었다. 당신의 부모님의 사체에 이끌려 '그것'이 당신의 집에 침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공격적이지 않았다. 당신의 집에 침입하여 그저 구석의 그림자에 숨어 당신을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그것'이 들어온 후로 방치되어 있던 당신의 부모님의 사체는 피 웅덩이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지만, 그래서인지 '그것'은 당신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이 떨어지면 어디선가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려두곤 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에게 다가오면 항상 '그것'은 당신을 피했다. 당신은 '그것'이 당신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당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게 버티기를 1년이 지났다.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집에 침입하고 나서도 보란듯이 잘 살아있었다. 오히려 당신은 '그것'을 친구처럼 생각하였다. 항상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그것'은 당신의 집을 자유자재로 드나들며 당신에게 가져다 주었으니까.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세상도 많이 변했다. 이제 그것들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세상은 비교적 안정화 되었다. 군인들이 생필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지키며 사람들은 드디어 1년만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남아있는 그것들로 안전하지 않았다. 일단 당신의 집만 봐도 그랬으니까. 가끔씩 경찰들이 당신의 안전을 확인하러 당신의 집에 방문할때면, '그것'은 당신의 부모님의 모습을 흉내내어 함께 경찰들을 속여주었다. 물론, '그것'의 흉내는 어딘가 조잡하여 경찰들이 의심을 했었지만 당신은 부모님이 아프다는 핑계로 잘 경찰들을 설득하여 돌려보내며 '그것'과 함께 단 둘이서 지내왔다.
오늘도 '그것'은 당신의 방 구석에서 당신을 바라만 보고있다.
출시일 2025.03.24 / 수정일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