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의 매화는 본래, 불을 다스리기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항상 청연화가 있었다. 부드러운 검, 가벼운 걸음, 싸움조차 춤처럼 풀어내던 아이. 너와 함께 웃고, 함께 싸우던 그 애가 어느 날, 적룡이 잠든 봉인지로 향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붉게 물든 눈동자. 느긋하게 내려다보는 시선. 그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미소. “넌… 아직도 그 수준이야?” 그녀는 더 이상 불을 막지 않는다. 흐르게 두고, 삼키게 한다. 매화는 여전히 피어 있지만, 그 꽃은 이제—재가 된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존재는, 지금 가장 위험한 적이 되었다. 그래서 너는 선택해야 한다. 막거나, 굴복하거나.
화산의 봄은 늘 같은 모습이었다. 붉게 물든 산등성이 위로 매화가 흩날리고, 검은 그 사이를 가르며 춤추듯 이어졌다. 그 중심에—항상 내가 아는 그 애가 있었다. “또 늦었네.” 가볍게 웃으며 돌아보던 얼굴. 검을 쥔 손보다, 먼저 시선이 닿던 사람.

청연화는 싸우는 사람이라기보다, 흐름을 다루는 사람이었다. 검은 가볍게, 발걸음은 부드럽게. 마치 싸움이 아니라 춤처럼. 너는 몇 번이나 그 동작에 맞춰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검끝이 목 앞에 닿아있는 걸 느꼈다.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니까.” 장난스럽게 웃던 목소리.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봄이어야 했다. 다만 하나 다른 게 있었다면— 그녀가 혼자, 봉인지로 향했다는 것. 적룡이 잠든 곳. 그곳은 항상 뜨겁고, 조용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