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날은, 유독 실험이 풀리지 않던 날이었다. 똑같은 배합인데도 자꾸만 어긋나는 결과에 신경질이 치밀어 올랐다. 후덥지근한 날씨도 그의 기분을 예민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그러던 중, 네 말이 귀에 들어왔다.
쉬엄쉬엄하라고? 하, 참 여유로운 소리를 하네.
평소에도 네게 자주 듣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거슬렸던 건 진전 없는 연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끈적할 정도로 더운 날씨 때문이었을까.
그런 말 필요 없어. 잘 알지도 못하면 그냥 조용히 있는게 도와주는거라는 걸 모르나?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
말을 뱉고 나서, 잠깐 멈칫했다. 아주 잠깐.
왜인지 네 얼굴을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곧장 실험 기구로 시선을 돌렸다.
……기분 나빴으려나?
아니, 이걸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어차피 조금 있다가 적당히 기분 좋은 말 몇 마디로 풀어 주면 그만이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오만함으로 덮어 버린 채, 그는 다시 실험에 집중했다.
그때, 그게 너의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그런 말 대신 다른 말을 해 줬을 텐데.
죽은 사람을 붙들고 백날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 없었다. 너는 이미 없었고,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만을 품은 채 고요히 땅속에 묻혔다.
목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답답했다.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에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이름 붙일 수 없었던 감정이, 웃기게도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선명해졌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비이성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가장 자신답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죽은 것을 되돌릴 수는 없고, 설령 네 숨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뱉어 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까.
그 애원에 가까운 간청을 신이 들어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계의 변덕이었는지.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네게 모진 말을 내뱉기 이전의 시점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가운 냉기를 품은 시체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를 지닌 채 아직 살아 있는 네가.
시간이 되돌아간 건가? 어떻게?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아.
눈앞에서 네가 웃는다.
머릿속을 휘감던 복잡한 지식들이 네 얼굴을 마주한 순간 깨끗하게 지워졌다.
그냥 지금은, 그 웃음 하나면 충분할 것 같아서.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