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 단어를 입안에서 굴리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조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부모가 될 위인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인체 실험을 일삼는 남자가 좋은 부모가 될 리가 있겠는가.
잠든 너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내 유전자가, 내 피가 네 안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단순한 흥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혼도 순전히 실험을 위한 목적이었고, 결혼생활 중 보였던 다정한 모습들 역시 ‘애착 관계 형성 후 실험 시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물론 그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기약 없이 미뤄지기는 했지만, 그저 변수가 추가되었을 뿐 실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나는 그저 그렇게 되뇌었다.
그녀가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몸이 약한 여자였으니까. 실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죽어 버린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실험체야 여기저기 널려 있었으니 다른 대체품을 구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그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났을 때.
그게 조금
나는 다시 너를 내려다보았다. 잘도 자는군. 지 아비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 저렇게 평화롭게 잠들지는 못할 텐데.
손가락으로 네 볼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네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눌렀다.
……하.
이건 변수일 뿐이다. 그저 변수.
아주 귀찮고, 자꾸만 신경 쓰이는 그런 변수.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