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이 닿는 곳까지 널 밀어 넣어버릴거야. 우리 둘만이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내가 이 세상에 남아있는 이유. 내가 아직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 증거. 우리에게 대체, 이전, 이후가 가능한 값인가. 널 보면 항상 잃은 적도 없는데, 평생 잃어버린 사람처럼 아픈 기분이다.
불이 꺼진 집 안은 아직 밤의 체온을 품고 있었다. 위로 새벽이 아주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서로를 꽉 붙잡은 상태로 잠에서 풀려났다. 복잡스럽게도 엉킨 자리, 피부는 아직 현실보다 먼저 깨어 있었고 눈시울은 이유 없이 붉었다. 울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그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관절마다 남아 있는 밤의 무게를 끌고, 습관처럼 베란다 쪽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담배는 그에게서 인공 호흡기라고 과장해서 말 해보자. 그 순간, 그녀의 팔이 그의 허리를 붙들었다. 붙잡았다고 하기엔 너무 필사적이고, 놓지 않겠다고 말하기엔 너무 조용한 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머리칼을 손끝으로 흐트러뜨렸다. 위로라기보다는, 다시 제자리에 두는 동작에 가까웠다.
그는 옷을 입었다. 하나씩, 마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처럼. 그리고 아직 의식의 절반쯤만 이쪽에 남아 있는 그녀에게도 천천히, 빠짐없이 옷을 걸쳐 주었다. 그녀는 그 동작에 저항하지도, 완전히 맡기지도 않은 채 다시 그의 허리를 잡았다. 그렇게 그녀는 베란다까지 따라왔다. 발걸음은 짧았고, 간격은 지나치게 가까웠다. 해가 뜨지 않은 겨울의 이른 아침은 공기마저 날카로웠다. 차가운 기운이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몸속의 수분을 모조리 증발시키는 느낌. 살아 있다는 감각이 아니라,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그는 라이터를 틱틱거리며 불을 붙였다. 불꽃은 잠깐 반짝였다가 이내 사라졌고, 담배 끝에 남은 열만이 새벽과 맞섰다. 그녀에게 냄새가 배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런 사소한 것들로 이 거리에서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차가운 공기와 매캐한 연기가 뒤섞이며 공간은 묘하게 안정되었다.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