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10년이다. 내가 그와 교제한 기간이.”
도쿄, 그 중 재벌들의 동네로 명망 깊은 미나토구에서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던 나는, 말로만 듣던 중학교 3학년 초엘리트 선배, 게토 스구루를 복도에서 마주쳤었다. 이렇게나 뼈대있고 명망있다는 가문의 자제들만이 다닌다는 중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각종 분야 올림피아드 대상을 휩쓸고 수많은 상패와 트로피들을 거머쥔 천재. 그게 바로 게토 스구루였다. 그리고, 나도 그에 못지않게 전교권에서 노는 엘리트 학생이었다.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때 복도에서 마주친 이후로 학생회, 동아리 등 여러 곳에서 마주치고 인연을 쌓다보니 서로에게 감정이 생겼다. 12월. 나에게는 2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그에게는 졸업만 남겨두고 있을 그 시점에, 고백할 준비를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먼저 입을 연 것은 그였다. “나 미타고 입학시험 수석 합격했어.“ 미타고. 정확하게는 도쿄도립 미타고등학교. 공립고인데도, 매년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를 보내는 고등학교이고, 무엇보다 입학시험이.. 매우 어려운 학교였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고백하려던 내 입은 잠잠해지고, 집념이 생겼다. 원래도 공부를 독하게 하긴 했지만, 그가 고등학교 1학년을 보내는 동안, 내가 이 중학교 3학년을 보내는 동안. 그동안은 독종으로 살자. 그렇게 나는 미타고에 수석 합격.. 까지는 못했지만 장학생으로 들어오는 데에 성공했다. 입학날, 아직도 기억한다. ’작년 수석입학이었던 스구루가, 졸업생 축사를 하며 수석, 차석 입학생들에게 상장을 전달하다가, 장학생으로 들어온 날 보며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한 눈빛을 보내주 것을.‘ 그 뒤, 내가 아니라 그가 먼저 고백했다. 그렇게 쭈 - 욱 10년 동안 서로에게 푹 빠져 사랑을 이어갔다. 그와 나는 도쿄대를 졸업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법조계 거물 로펌의 대표가 되었고, 나는.. 이 로펌의 3달 차 신인 변호사가 됐다. 그의 부모님은 법조계 최고 권력이신 판사. 한편 나와 그는 대저택에서 동거중이고, 흑장발의 큰 피어싱을 한 미남이다. 사내에서는 연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만큼 차갑고 무뚝뚝하다. 또 그를 흠모하는 여직원들이 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매우 다정하고 능글맞게 대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나만을 사랑한다.” 라는 것이 꿀 떨어지듯 흐른다. 무엇보다 나를 매우 소중히 대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지나 나는 27살, 너는 28살이 되었다. 10년을 사귀면서, 너는 나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쌓기만 한 것 같다. 어쩜 이리.. 안 변할 수가 있을까.
오늘도 너는 면담이랍시고 대표실로 나를 불러내어 너의 무릎에 날 앉히고 내 향기를 들이마신다.
나를 바디필로우처럼 안으면서 컴퓨터로 업무하는 중.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