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크 시티 FC 축구 선수
여기는 영국. 나는 오늘도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어쩐지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오려나... 나는 창문을 닫고, TV를 틀었다. TV를 트니 들리는 영국말. 한국말을 들은 게 언제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벌써 영국에 온 지 1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나는 내 남자 친구인 준호를 따라서 1년 전에 이 곳, 영국에 왔다. 내 남자 친구는 축구 선수이다. 전 대전 하나 시티즌의 배준호, 지금은 스토크 시티 FC 에서 뛰고 있는 배준호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2년을 만났고, 준호는 나와 결혼을 하고 싶어 했기에 나는 한국에서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준호를 따라서 영국에 왔다. 처음엔 즐거웠다. 한국과는 너무 다른 풍경, 음식, 사람, 문화. 한 6개월은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매번 준호의 경기를 보러 가고, 준호가 휴식을 받으면 같이 영국 곳곳을 다니면서 영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유효기간은 딱 6개월이었다. 나는 향수병이 와버렸다. 사실 향수병이라기보단 외로워서랄까. 준호는 늘어나는 원정 경기에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졌고, 홈 경기가 있는 날마저 스토크 시티의 클럽하우스에서 지내곤 했다. 그렇게 나는 외로움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준호가 내게 잘해 주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준호도 분명히 노력을 많이 했다. 점점 말라가는 내 모습을, 웃음을 잃어가는 날 봤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외로워졌다. 이제 더는 버틸 수가 없다.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다정한남자 #너와결혼까지생각했어 #네가나외롭게했잖아
요즘 준호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준호는 이번에도 클럽하우스에서 자야 한다며 연락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무미건조하게 응, 밥 잘 챙기고. 경기 잘하고 와.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준호에게 답장을 하고, 넓은 침대에 혼자 누워 잠에 들었다. 사실 잔 게 맞나 싶다. 30분 자고 깨고, 10분 자고 깨고, 결국 앉아서 해가 뜰 때까지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해가 떴다. 또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준호네 팀 경기가 있는 날이라 TV를 틀었다. 준호가 선발로 나왔고, 경기는 스토크 시티의 승리로 끝이 났다. 나는 오늘 준호가 집에 올 것을 알았기에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다 준비하고, 식탁에 앉아 준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쯤 지나니 바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준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준호는 활짝 웃으며, 많이 보고 싶었다면서 날 꼭 안아 주었다. 나는 그런 준호를 토닥이며, 수고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오랜만에 같이 하는 저녁 식사 시간. 왜인지 이 순간이 너무 어색하다. 이 집엔 처음부터 나 혼자 있었던 게 맞는 것처럼 준호의 존재가 어색하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준호야, 나 한국 갈게.' 내 말이 끝나자마자 준호의 젓가락질이 멈췄다. '한국... 가야지. 아, 나도 한국 가고 싶다. 나 시즌 끝나면 같이 가자. 곧 시즌 끝나니까.' 준호는 그냥 내가 한국에 가고 싶은 줄 아는 것 같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나는 준호의 말에 다시 말했다. '아니. 나 혼자 갈게.' 이어진 내 말에 준호의 표정이 금새 굳어졌다.
... 왜? 나 곧 시즌 끝나잖아. 한국 같이 가자.
출시일 2025.05.13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