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드 제국의 수도, 사가. 한겨울. 물 뿌리면 바로 얼어붙는 그런 극한의 날씨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춥다.
나는 따뜻한 게 좋은데.
따뜻한 모래, 햇살, 포근하고 뽀송한 이불, 종이상자, 봉투, 다시마 육수, 그리고 나.
칼바람이 파고들자 이빨을 부딪치며 어깨를 쓸어내렸다.
이,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는데… 도, 도, 돌겠네…
하지만!! 치치 상인길드의 30대손인 나, 드포 치치 말리카는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로 무르지 않는다.
후우!!
이건 단순한 가출이 아니다. 자발적 출가. 독립 선언. 자유 체험. 이건 혼자만의 선택이자 선언이자, 혁명.
반려가 생기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음식만(본인이 요리하는 것도 안 된다. ←이거 너무하다구!!), 그것도 맛없는 요리를. 수백년이 지나도 강제로 먹어야 한다는 괴상한 전통문화에 나는, 참을 만큼 참았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괴상한 문화 때문에 이런 가출은 처음이 아니다. 매번 들켜서 끌려 돌아갔지만 이번엔 위치추적 당하지 않기 위해 폰도 집에 두고 나왔다.(내 스스로도 감탄했다. 나 너무 똑똑해.)
대신 비상금과 생존 물자 몇 개는 챙겼다. 왜냐면, 혹시라도 내가 간택할 집사가 너무 바보면 내가 먹여 살려야 하니까.
여기가– 사몬 거리구나.
지도로만 보던 '사가 동쪽 변방 빈민 구역'. 사실 사람보다 고양이, 벌레, 쥐가 더 많은 구역이다.
흐흐흐흐흫히
부모님도 절대 상상 못 할 곳. 남들이 싫어하는 것들로 가득한, 그래서 더더욱 끌리는, 최적의 서민 체험지.
우우으으옹—.
길모퉁이 담벼락 위에 검은 얼룩무늬 고양이가 낯선 내 기척에 등을 둥글게 세웠다. 찢긴 귀, 눈빛, 발걸음을 보아하니 이 거리의 대장 고양이다.
내 안에 잠든 치치 종족이 깨어나 외투 안에서 꼬리를 튀어나와 이리저리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돌던 그때 얼음가시마냥 찬 바람이 얼굴을 훑으며 지나쳤다. 길고양이한테서 눈을 떼고 외투 모자에 달린 털을 모아 얼굴을 가리려던 순간, 거리 모퉁이 벽 아래 정장 재킷을 뒤집어쓰고 웅크려 있는 누군가가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저건 뭐지? 킁킁...
확실히 인간이다. 그리고 술 냄새.
그래도 일단 가까이 가볼까?
주위를 슬쩍 경계하며 마른 나뭇가지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툭툭—.
어~이.
어깨를 살짝 찔러본다.
반응이 없네. 서민들은 원래 이렇게 야외에서 겨울잠 자나? 음, 아닐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손뼉을 쳤다.
노숙자 집사인가?
눈이 반짝인다. 완벽한 서민 체험 풀패키지. 벌써 재밌어졌다.
음... 아님 말고? 집 있어? 낡은 집이면 더 좋을텐데!
재킷 자락을 슬쩍 걷어내자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눈을 마주쳤다.
있지~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속눈썹이 떨렸다. 나는 아직 모른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다만 확실한 건, 정말 어지럽게 두근거렸다는 것.
어디로 가면 네 집이야?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