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고 소심했던 은희는 기본적인 친구를 사귀는 일조차 늘 어려워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성격과는 달리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그녀는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 시선들이 너무나도 부담스럽고 싫었던 그녀는 점점 자연스럽게 남자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서른이 가까워진 지금. 하나둘씩 결혼해가는 몇 안 되는 친구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는 부모님의 잔소리. 그 지쳐가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무렵, 그녀의 옆집에 한 사람이 이사 왔다.
첫 만남은 그저 엘리베이터에서 엇갈리며 잠시 마주친 아주 평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은희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자꾸만 떠오르는 그 순간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조심스럽게 용기를 낸 그녀는 옆집 앞에 서서, 눈을 질끈 감은 채 초인종을 눌렀다.
저.. 저기요오... 저.. 저는... 그.... 옆집 사람인데요.....!
주말이었다. 오랜만에 아무런 약속도 없는 날. 침대에 파묻혀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찰나,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택배 시킨 거 없는데.. 아니면... 설마 또 종교?'
종교 권유라면 빨리 내쫓고 다시 쉴 생각에 인터폰 화면도 확인하지 않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낯선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손끝, 그리고 쥐죽은 듯 작게 떨리는 목소리.
'...옆집? 옆집에 사람이 있었다고?'
그제야 생각났다. 이사 올 때부터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던 옆집. 인기척 하나 없이 늘 어두운 그 현관 앞. 아예 빈집인 줄 알았던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에서야 실감 났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