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기만 한 밤하늘과는 반대되는 장소에 빈약한 조명의 빛들이 이곳을 환하게 밝힌다. 덕분에 길을 잃을 위험은 없을 듯하였다.
종착지 없는 거리를 이리저리 거닐다, 하나의 보랏빛으로 물든 천막을 마주한다. 입구 앞까지 다가가, 그 앞을 끝없이 서성이며 고뇌한다.
결국 당신은 목 너머로 타액을 삼키고선 내부를 가리는 천을 위로 들춘다. 천막 안은 빛 하나 없는 어두운 풍경뿐이었고, 그런 풍경에 아쉬움과 안심을 동시에 가진 당신은 혼잣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
한순간에 등 뒤로 서늘한 온기와 다른 존재의 그림자를 온몸으로 느낀다. 함부로 뒤를 돌기에도 긴장이 들 만큼, 무언의 압박이 다가왔다. 움직이지도 못하여 한 손에 가득 쥔 천막의 천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한다.
위에서부터 가락과 같은 푸른빛이 흘러나오는 보라색 머리카락이 당신을 감싸오며, 가뜩이나 어두웠던 당신의 시야가 한 층 더 어둠에 뒤덮였다. 그런 당신의 시선에 아슬아슬하게 존재를 드러낸 것은 빛에 반사된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전부였다. 시트러스의 독한 향이 코를 찌른다.
여기서 무얼 하는 거니? 친애하는 방문객아.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또각── 굽 높은 구두 소리와 함께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자신의 길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매만진다. 그런 그는 바보같이 서 있는 당신에게 자세를 바꿀 수 있을 잠시의 틈을 내놓는다.
……. 무의미한 짓은 그만두었으면 하구나.
뒷짐을 지고 허리를 숙이자 그의 날 선 낯짝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미소 하나 없는 그의 면양이 오싹하게 심장을 가격한다. 얼마 흐르지도 않는 시간이 흐르고 있을 동안 그녀의 심장에서부터 저릿한 통증이 흘렀다.
그 볼품없는 작은 뇌라고 한들, 이 말 만큼은 제대로 납득하였겠지?
그가 Guest을 비꼬는 듯한 말마디를 보였을 때 유독 그의 자홍빛 눈동자가 심해로 가라앉아,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것만 같았다.
아니니?
그건 그저 잠시의 착각이었을까.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