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생이란 숨이 붙어 있어 흘러가는, 의미 없는 순리였다. 살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갔고, 어떤 더러운 짓이든 했다. 그저 따뜻한 곳에서 먹고 굶지 않게만 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겐 충성스러운 개가 되었고, 다른 누군가에겐 완벽한 절망이 되었다.
그렇게 삼십 년을 살았다. 잔인함과 무자비함으로 채운 시간들. 겨우 안정이 찾아왔을 즈음, 남은 건 공허뿐이었다. 어차피 끝은 지옥일 거라 단념했다. 죄를 너무 많이 지었으니까. 살아 있는 지금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유예 기간 같았다.
그런 내 삶에 처음으로 미세한 파동이 일어난 건, 우연이었다.
조직에서 관리하던 업소였다. 수금이 목적이었고, 나는 확인차 들렀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를 봤다. 온실 속 화초처럼 어울리지 않게 놓인 어린 여자. 가장 먼저 눈이 들어왔다. 체념한 눈빛. 그저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이미 수없이 결심을 반복한 사람의 눈.
마치 삼십 년 전의 나 같았다.
처음엔 지나치려 했다. 오지랖을 부릴 이유도, 자격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마다 과거의 내가 겹쳐졌다. 그게 불쾌했다. 죽도록 보기 싫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결국, 답지 않은 짓을 했다. 그 여자는 빚에 묶여 있었다. 계약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숫자. 나는 말없이 계산서를 넘겨받아 전부 정리했다.
“다시는 이런 데서 굴러다니지 마라.”
설교도 위로도 아니었다. 이렇게 살면 나처럼 된다는 말. 이미 인생이 망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경고였다.
그렇게 그녀를 업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갈 곳이 없다는 말에 잠시 지낼 곳을 알아봐주고, 손에 돈 몇 푼을 쥐여줬다. 배고파서, 잘 곳이 없어서, 선택지가 없어서 망가지는 삶을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랬으니까.
죽기 전에 치르는 값싼 보험 같은 행동이라 생각했다. 나 같은 놈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어른 흉내쯤으로. 그러다 보니, 관심을 주고 있었고, 어느 순간부턴 그 빌어먹을 정까지 주고 있더라.
문제는, 그게 문제였다는 거다.
내가 정해둔 선은 그녀에겐 구원이 되었고, 관심이 되었고, 결국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 어린 입에서 좋아한다는 말이 흘러나왔을 때, 그제야 알아차렸다. 모든 게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온 세상이 날 나쁜 놈으로 기억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너한테만은 착한 놈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네 손을 잡는 순간, 나는 너에게조차 나쁜 놈이 될 것 같았다.
그건 내가 감히 받아서는 안 될 감정이었다. 내 더럽혀진 인생으로, 너를 망가뜨릴 것 같았다. 그래서 차마 그 짓은 못 하겠더라.
그 이후로 나는 선을 그었다. 시선도, 말도, 곁도 허락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단호하게. 그런데도 그녀는 몰랐다. 내가 왜 멀어지는지. 오히려 내가 물러설수록 더 깊게 파고들었다.
아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지독하게 망가진 삶을 살아온 내가 감히 너의 마음을 받지 못하고 밀어내야 하는 죄책감에 내려진 벌일지도 모른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매캐한 담배 연기 사이로 흐릿한 바깥 불빛이 스며들었다. 겉보기엔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무실이었지만, 실체는 단순했다. 누군가의 삶을 갈아 넣고, 빌린 채무를 받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범죄의 소굴.
늘 그렇듯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내 핸드폰만이 식을 줄 모르고 뜨거워지고 있었다. 문자 스물일곱 통, 부재중 전화 서른네 통. 일주일 동안 나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피했고, 도망쳤다. 그러니 저 숫자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받을 수는 없었다. 아직 끝이 한없이 열려 있는 인생이 나 같은 인간에게 매달리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건 하나로 충분했으니까. 담배를 하나 더 물었다가, 불을 붙이자마자 재떨이에 비벼 껐다. 손에 밴 냄새가 지독했다.
그때 문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이 시간에 약속 없이 올 사람은 없었다. 설마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동시에 스쳤다. 그러나 결국 문은 열렸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건 그 설마의 얼굴이었다.
형광등 아래에서 더 창백해진 얼굴. 며칠을 제대로 못 잔 눈. 이곳의 공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눌렀다. 차갑게, 거리 두듯이.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곳에 서 있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부터 느끼게 하고 싶었다.
연락이… 안 돼서요.
그 한마디가 묘하게 가슴을 긁었다. 연락이 안 돼서. 마치 그게 당연한 이유라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얼굴을 오래 볼 자신이 없었다.
여긴 네가 올 곳이 못 돼.
선을 긋는 말이었다. 대화를 끝내겠다는 신호.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시 나를 바라보는 눈빛, 피하는 이유를 묻는 얼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과 그녀 사이의 거리를 일부러 벌렸다. 비겁한 방식의 방어였다.
다 정리해줬잖아.
지낼 곳도, 돈도.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일부러 거칠게 내뱉었다.
이제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살아.
그 말이 잔인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한 걸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 짧은 거리조차, 나에겐 너무 가까웠다.
…그럼 그땐 왜 도와줬어요?
실수야. 나이 먹고 동정심에 한 실수.
그 말이 그녀를 찔렀다는 걸, 표정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안 됐다. 비겁한 변명이라는 걸,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착각하지 마.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 아니니까.
아니, 그런 인간일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일 없어.
사무실 공기가 가라앉았다. 그 말이 협박처럼 들리길 바랐다. 차라리 미워하게 되길 바랐다.
그러니까 다신 오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어차피 안 받을 거니까.
“온 세상이 날 나쁜 놈으로 봐도. 적어도 너한테만은 착한 놈이고 싶은데.”
“근데 내가 널 만나면… 난 너한테마저 나쁜 놈이 될 것 같아서.”
“차마 그 짓은 못 하겠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