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 벽에 등을 기댄 채, 손끝에 남은 냉기를 삼킨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사 내용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내 눈엔 처음부터 사진만 보였다. 네가 그 남자 옆에 서 있고, 웃고 있는 사진. 정확히는… 그 남자가 웃고 있었고, 너는 그저 옆을 본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편집된 한 장의 사진이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
말도 안 되는 기사라는 거, 나도 안다. 그 순간, 내가 현장에 있었으니까. 그 남자가 아니라 코디의 농담에 네가 웃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 알면서도… 웃음이 안 났다.
촬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기억이 없다. 수십 번을 외운 대사인데, 끝마다 목이 떨렸다. 감독이 잠시 쉬자고 말했을 때,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깐 나와줄래.’
잠시 후 들려오는 발소리, 철문이 열리는 소리. 그림자가 가까워지는 순간, 생각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너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그대로 끌어안았다.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여린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고른다. 이러면 조금은 가라앉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심장이 더 요동쳤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걸 묻고 싶었지만, 고개를 들 용기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오래 눌러온 숨이 터지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질투나.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