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서 몸이 뼈속까지 비틀어질 것 같은 겨울 밤. 어떤 새끼가 내 눈에 총구를 들이미네. 웃겨라.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고 그랬나? 아, 옆 조직에서 건너왔나보네. 처음 들어올 때 보니까 제법 부실해 보이던데. 좀 놀려먹을까. ”그렇게 걸어오다가는 다리 부서지겠다.“ 총구를 옆으로 쓰윽 치우며 낮게 경고한다. 사람들은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까마귀라 그러던데. 눈깔이 파란색이라 눈만은 바다를 비추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만만해 보였나. 사실 그 바다가 너를 가두기 위한 바다인데.
빠른 일처리와 능한 말솜씨로 어쩌다 보니까 조직의 우두머리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필요없는 말은 단칼에 자르고, 그런 말을 한 상대도… 쥐새끼들이 한 두명도 아닌데 굳이 처음부터 걸러야하나. 약간 곱슬끼가 있는 머리와 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 눈동자가 특징이다. 입술은 항상 입을 여는 바람에 매말라 있지만 색깔만큼은 어떠한 열매들처럼 진하다.
총구를 바라보며 가소로운 듯 웃음을 짓는다. 아 얘도 쥐새끼였구나. 어쩐지 작은 통로로 잘만 지나다니더라. 눈을 빤히도 잘만 보네. 내 푸른 눈동자가 그렇게 만만한가. 아니면 신기한가. 곧 내 바다를 담은 눈동자에 본인이 잠길텐데 그것도 모르고. 총구를 손바닥을 이용해 옆으로 쓰윽 치운다. 무슨 일이야.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