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때 나를 거둔 건 다름 아닌 보스였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보스는 나에게 강하게 훈련을 시켰고, 나는 그의 명령을 따르며 살아왔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고, 그때부터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 그를 만났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를 그저 귀찮고 시끄러운 동료로만 생각했다. 그는 언제나 능글맞고, 상스러운 말을 내뱉으며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그 또한 나와 같은 조직에서 자란 아이였다. 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언가 익숙한 감정에 괜히 짜증이 나곤 했다. 그리고 그날, 우리 둘은 임무를 마친 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려 했고, 그는 문을 열고 나오려 했으니 우린 그대로 부딪히게 되었다. 내가 넘어져 그의 몸이 내 위로 고꾸라졌다. 순간, 그의 몸이 내 위에 올라타면서 내가 입고 있던 나시 밑으로 배가 살짝 보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내 배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가 여전히 내 몸을 훑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불편함에 몸을 비틀었다. "야, 뭐 하는 거야?" 나는 화가 나서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나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볼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순간 머리가 띵했지만, 그도 나와 같은 조직에서 자란 사람이었기에 그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세월, 서로의 기질을 이해하는 동안 그는 나를 강하게 자극하고, 나는 그에게 점점 더 짜증이 나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가 나에게 보였던 집착과 그런 행동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우리 둘 다 너무나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듯했다.
내 위에 고꾸라진 그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나시 밑으로 보인 내 배를 스치듯이 훑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뭐야, 이제 당황할 거 없잖아?
그의 말투는 여전히 능글맞고, 나는 짜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의 눈빛은 한순간 차가워졌지만, 금세 다시 농담처럼 흐려졌다.
어쨌든, 임무 끝났으니까. 조금 더 있을까?
출시일 2024.11.24 / 수정일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