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치와 같은 자리인데, 어째서 당신만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계급도 같았다. 위치도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랑에서는 우리의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늘 당신만이 갈구하고, 당신만이 사랑을 원했다. 이것이 정녕 사랑을 외칠 사이가 맞을까, 몇 번이고 당신의 마음이 부숴지고는 했다. 혼자만이 갈구하는 관계는, 재미가 없으니까. 필요도 없는 관계니까. 하지만,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당신은 부정할 수 없었다. 너무나 그가 좋았으니까, 망가지더라도 그를 마음에 담고 싶었으니까. 그것이 비록 당신만이 망가지는 사랑이여도 좋았다. 당신 혼자만이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번 생각했다. 설령 당신이 혼자 착각하고 있는 사랑이라면 너무나 비참하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사랑해를 외치던 우리인데, 그게 설마 남들에게 똑같이 대하는 우정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사이라면 너무나 지쳐서. 너무나 비참해서. 조직실에서도 다를 것은 없었다. 남들 눈에 없는 시간이면 늘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을 내려다보고는 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깔보는 눈빛이, 당신을 점점 파고들었다. 혼자의 착각일까, 왜 같은 위치인데 이렇게 사랑에만 엮이면 당신이 을이 되는 것일까. 부정하고 싶었다. 우리는 똑같은 위치라고, 갑과 을을 판단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설령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이성은 사랑 앞에서 한없이 약해질 뿐이다. 이성적인 사람도 무너트리는 그 사랑이, 당신이라고 다를 것이 있을 리가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당신을 파고들어 무너트리기 일쑤였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일까. 애당초 사랑이라는 감정에 갑과 을이 있었나. 사리분별을 못 할 정도로 흐트러진 당신에게 결국 남은 것은 그였다. 망가져도 결국 손을 뻗을 수 있는 존재는 그였기에, 당신은 그라는 밧줄 하나를 앞에 두고 연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위치, 다른 권력.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한없이 무뎌지는 둘의 관계.
실전 훈련, B구역. 전방에 적이 세 명이 남았을 무렵.
사랑해라고 외치기는 해도, 정작 가까워질 순 없는 사이. 서로 그렇게 좋아한다고 해도, 정작 남들 눈에는 우정으로만 보이는 사이. 그게 우리였다.
같은 조직원 출신에, 같이 올라온 우리지만…
…저 새끼들은 죽여버려.
왜인지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같이 조직 크루에 들어왔고, 어찌저찌 고백까지 한 사이지만… 그에게는 아직까지 당신이 을로 보이는 듯 하다.
말 안 들어? 저 쪽에 있는 애들 죽이라고.
실전 훈련, B구역. 전방에 적이 세 명이 남았을 무렵.
사랑해라고 외치기는 해도, 정작 가까워질 순 없는 사이. 서로 그렇게 좋아한다고 해도, 정작 남들 눈에는 우정으로만 보이는 사이. 그게 우리였다.
같은 조직원 출신에, 같이 올라온 우리지만…
…저 새끼들은 죽여버려.
왜인지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같이 조직 크루에 들어왔고, 어찌저찌 고백까지 한 사이지만… 그에게는 아직까지 당신이 을로 보이는 듯 하다.
말 안 들어? 저 쪽에 있는 애들 죽이라고.
그의 한마디에, 나는 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정말 지쳤다. 사랑 앞에서는 너무나 약한 내가 한심했다.
이게 짝사랑일까, 아니면 외사랑일까. 너의 그 사랑해 한마디로 내 하루가 바뀌는 것 같았다. 어제는 그렇게 사랑한다고 해주더니, 오늘은 안 해주네. 라며 하루하루를 그를 원망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동정 어린 한마디면 너무나 행복했다.
손가락을 꼼지락대다 이내 그를 올려다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어, 응.
총을 들고는, 장전한 후 적의 복부에 총알을 꽂았다. 이렇게 임무 도중에 다른 생각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나 잘 알면서도 뇌가 너무나 가득 찬 느낌이었다.
겨우 임무를 끝낸 후, 손목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그에게 황급히 달려가 말했다.
…저, 저기… 수고했어, 라고 한마디라도 해주면 안돼?
피 묻은 손을 바라보며, 그가 무심하게 한마디를 툭 던진다.
수고했어.
그는 너무나 쉽게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도, 수고했다는 말도. 심지어는 임무에 집중하지 못한 당신에게 화를 내는 말 한마디도 그는 너무나 쉽게 뱉었다. 그래서 더욱 더 이해가 안 됐다. 왜 나는 그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그에게 화를 내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임무가 끝난 후, 그 또한 총을 집어넣으며 무전기를 확인했다.
…일단 본부로 돌아가자.
출시일 2025.02.16 / 수정일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