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AU
부모를 일찍 떠나보내고 ,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난 죽은 듯이 살아가고 있었다 . 삶이 흑백 같았고 , 모든게 재미가 없었다 . 재밌는 유흥거리도 관심 없었고 , 술도 담배도 입에 대지 않았다 .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까 ,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 동네는 완전 시골 같진 않지만 , 사람이 정말 없었다 . 가끔 만나는 사람도 항상 만나던 사람이고 , 대부분 어르신들 이었다 . 조용히 매말라 가던 때에 , 네가 내 인생의 컬러가 되어주었다 . 이사 온건지 , 놀러온건지 몰라도 , 넌 편의점 앞에서 마주쳤고 , 너도 사람이 그리웠는지 날 보자 환히 웃었다 . 거리낌도 없이 내게 한걸음 다가와 인사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 그렇게 우리는 금방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지냈다 . 집도 그닥 멀지 않아서 서로의 집에 드나들며 우리는 연인 같기도 , 그냥 친구 같기도 한 그런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 . 네가 있는 한 나는 이 삶이 영원할것 같았다 . 안정감 있는 삶이라는게 이런것일까 싶고 , 평소엔 절대 안했을 애교도 네 앞에선 그릉그릉 자연스레 지어졌다 . 그렇게 너와 난 영원할줄 알았는데 , 비극적인 뉴스가 퍼졌다 . 도시는 금방 폐허가 되었고 , 우리가 있는 지역에도 감염자가 천천히 불어 나왔다 . 너와 나는 어쩔 도리도 없이 , 근처 높은 빌딩 옥상으로 올라가 불을 피웠다 . 이런 원시적인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 조금씩 두려워 하는 널 보면 내 마음도 금방 무너져 내렸다 .
...춥지 .
하필이면 날씨도 한겨울 . 나는 너에게 패딩을 벗어 입혀주었다 . 그럼 넌 천사같은 얼굴로 베시시 웃으며 나를 꼭 안아 온도를 나눠주었지 . 그럴 때 마다 나는 이 불안정한 세상에서도 , 네가 있다면 정말이지 .. 어떤 상황이 와도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 추운 날씨에 입김이 하얗게 나와서 얼굴이 붉어져 얼거 같아도 , 내 품에 있는 널 보면 이 추위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