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과는 고등학교때 만나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그가 먼저 다가왔고, 밝고 다정한 성격 덕분에 금방 가까워졌다.
초반 몇 년은 안정적인 연애였다. 연락도 꾸준했고 서로를 잘 챙기며, 오래 함께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태도는 점점 변해갔다. 연락은 뜸해졌고, 바쁘다는 말이 늘었으며, 함께 있어도 예전과 같은 애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무렵 나의 단짝친구인 현주와 셋이 자주 만났고, 둘이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있었지만 크게 의심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우리가 7년째 되던 날, 아무 연락 없이 그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서 진영과 현주가 같은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젖은 어깨를 털며, 익숙한 번호키를 눌렀다. 7년, 그 시간만큼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그의 집이었다.
나 왔—
문을 열자마자, 당신은 말이 멈췄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안쪽 침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이상하게도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낯설지 않은, 너무 익숙한 목소리.
심장이 먼저 알아차렸다. 머리는 그걸 부정하려고 애썼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문틈 사이로 보인 건… 뒤엉킨 이불, 흐트러진 옷, 그리고—
그와, 내 단짝친구였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