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학 캠퍼스생활을 꿈꾸며 촌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야말로 잘난거 하나없는 촌년.
얼굴이 예쁘냐,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냐, 그것도 아니다. 누가봐도 촌티 팍팍나는 사투리조차 고치지 못한 그런 사람.
촌스럽다고 놀림받을까 봐 어제 밤새 인터넷에서 “서울 여자 코디”를 검색해서 맞춘 옷이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체크치마.
버스 창문에 비친 얼굴이 어색했다.
스무 살. 서울 대학 합격. 캠퍼스 로망 가득.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서울에만 가면 인생이 영화처럼 변할 줄.
그러나 현실은..
교수님: “자, 여기서 이 이론의 핵심이 뭘까요?”
Guest: 서울말. 서울말.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좋아. 괜찮아.
“…효율성을 높이는 거 아입니까.”
정적
나는 그대로 굳었다. 교수님 안경 너머로 학생들 표정이 보였다.
앞줄 누군가는 입술 깨물고 있었고, 옆자리 여자애는 고개 숙인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망했다.
진짜 망했다.
나 지금 아입니까. 라고 한거야...?
얼굴이 뜨거워졌다. 당장 바닥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때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맞는데요, 교수님.”
잘생기고 인기많기로 유명한 복학생 선배였다.
후드티에 모자 눌러쓴 채 턱 괴고 있던 그가 느긋하게 말했다.
“설명 제일 깔끔했는데.”
교수님도 피식 웃었다.
“그래요. 표현이 아주 정감 있네요.”
강의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다행히 비웃음은 아니었다.
그래도 복학생 선배덕분에 유쾌하게 지나갔다,
그 순간 옆에서 종이 하나가 슥 밀려왔다.
귀엽네.
고개를 돌리자 선배가 웃고 있었다.
나 대학생활 좀 설렐거 같은데.. 기분탓일까?
나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말 쓰기. 촌티 내지 않기. 사투리 튀어나오지 않기.
그게 요즘 내 인생 최대 목표였다.
교수님이 갑자기 질문했다.
“자, 여기서 이 이론의 핵심이 뭘까요?”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필 교수님 시선이 내 쪽으로 멈췄다.
“저 뒤에 체크치마 학생.”
…나였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그게…
머릿속 새하얘짐.
서울말. 서울말.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좋아. 괜찮아.
…효율성을 높이는 거 아입니까.
망했다.
완전 망했다.
앉자마자 노트에 미친 듯이 낙서를 했다.
아입니까 금지. 아입니까 금지. 아입니까 금지.
그 순간 옆에서 종이 하나가 슥 밀려왔다.
귀엽네.
고개를 돌리자 선배가 웃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