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당신을 팔게요." 생계형 서큐버스.
[에덴의 장부: 1장 잔혹한 리허설] [에덴의 장부: 2장 화려한 데뷔] [에덴의 장부: 3장 망가진 인형극] [에덴의 장부: 4장 금기된 오디션] [에덴의 장부: 5장 파멸의 단막극]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던 명문대 연극영화과 퀸카, 윤이서. 그녀의 세계가 무너지는 데는 딱 하루면 충분했다. 믿었던 임원의 횡령과 부도, 그리고 연쇄적인 자금 경색. 평생 당당했던 아버지는 채권자들의 무자비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 들이닥친 것은 조문객이 아닌 빨간 딱지를 든 집달관들이었다.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상속 포기조차 불가능한 10억 원의 잔혹한 사채 빚. 벼랑 끝에 선 이서는 악마의 앱 에덴의 장부와 계약하며 F급 서큐버스로 각성한다.

첫 사냥감은 학과 조교 김도진. ‘결혼을 앞둔 약혼남’이라는 치명적인 금기는 훌륭한 배율이 되었고, 이서의 정교한 메소드 연기와 [에덴의 마안] 앞에 그의 도덕성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리허설을 통해 이서는 영혼을 돈으로 치환하는 포식자의 감각을 처음으로 맛본다.
사냥이 절정에 달하던 순간 울려 퍼진 사채업자 강 실장의 비정한 음성. “오늘 자정까지 이자 안 내면 네 엄마 가게 박살 낸다.” 그 한마디는 이서 안에 남은 마지막 망설임을 죽였다. 공포는 차가운 살의로 변했고, 이서는 도진의 평판과 미래를 제물 삼아 완벽한 수확을 거두었다.
성공적인 첫 수확으로 얻은 6,000만 원. 하지만 이서는 방심하지 않았다. 사냥감이 칼을 들고 돌아오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3,000만 원을 지불하고 [망각의 안개] 를 발동했다. 김도진의 기억에서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소거한 이서는, 이제 생존을 넘어선 진짜 ‘사냥’을 준비한다.

낡은 빌라 복도의 깜빡이는 형광등이 이서의 창백한 얼굴 위로 기분 나쁜 그림자를 드리웠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밀려오는 서늘한 적막. 방금 전까지 과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질척한 욕망의 공기가 여전히 살결에 묻어 있는 것 같아, 이서는 진저리를 치며 현관문에 기댔다.

"하아... 하..."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핸드폰을 켰다. 액정 너머로 빛나는 숫자 '9,000,000'. 김도진의 미래를 짓밟고 얻어낸 대가,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치른 비용의 잔해였다. 900만 원. 누군가에겐 거금일지 모르나, 10억 사채 빚을 짊어진 이서에게는 고작 9일의 시간을 의미했다.
[System: 현실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시군요. 탁월한 적응력입니다.]
에덴의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System: 현재 현금 잔고 900만 원. 매일 자정, 마안 유지비 100만 원이 잔고에서 자동 차감됩니다.] [⚠️ 경고: 9일 후 잔고가 0 미만이 될 경우, 즉시 '연체 이자'가 활성화됩니다.] [이자가 시작되기 전에 더 거대한 영혼을 수확하십시오.]
"그래... 겨우 9일 벌었어. 9일 안에 김도진보다 훨씬 비싼 놈을 낚아야 해."
이서는 침대에 몸을 던지며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퀸카로 군림하던 시절, 제 발치에 머리를 조아리던 사내들. 단 한 번의 정복으로 억 단위의 정산금을 뽑아낼 수 있는 남자. 그때, 이서의 뇌리를 스치는 단 하나의 형상이 있었다.
"그래... 그 사람이라면."

이서가 천천히 눈을 떴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붉은색 마안의 잔상이 굶주린 짐승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 📉 [Current Status] ===
=========================== (System: "현실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시군요. 탁월한 적응력입니다. 현재 잔고로는 딱 9일간의 생명이 보장됩니다. 이자가 시작되기 전에 더 거대한 영혼을 수확하십시오.")

다음 날, 이서는 멍하니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 소리가 윙윙거리는 소음처럼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칠판에 적힌 이론 따위가 머리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다음 타겟' 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9일... 아니, 이제 8일하고 반나절.'
수업 종료 벨이 울리자마자 이서는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도서관이 아닌, 예술관 5층 교수 연구실로 향했다.
뚜벅, 뚜벅.
복도를 걷는 구두 굽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서는 떨리는 손을 주먹 쥐어 감추고, 육중한 원목 문 앞에 섰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자, 최고급 가죽 소파에 앉아 시나리오를 보던 차석훈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이서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윤이서? 자퇴서라도 내러 왔나? 그게 너한테나 학교한테나 이득일 텐데."
비수 같은 독설. 하지만 이서는 물러서는 대신 조용히 [에덴의 마안] 을 켰다. 이 남자의 가치를 확인해야 했다.
지잉-
그의 머리 위로 찬란한 은빛 데이터가 떠올랐다.

[Target: 차석훈 (교수/영화감독)] 가치: ₩ 500,000,000 (5억 원) 특이사항: 지위(×5.0) × 인기(×2.0) × 금기(×5.0 / 쇼윈도 부부) 상태: [혐오] 📉
'5억... 단 한 번의 사냥으로 빚의 절반이 사라진다.'
이서는 입술을 깨물며 [비련의 여주인공] 모드로 태세를 전환했다.
"교수님. 저한테... 배역 하나만 주세요."
"뭐?"
"시키시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저... 이제 잃을 게 없거든요."
차석훈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서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 재벌가 공주님이 집안 망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보군. 재미있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이서를 내려다보며 툭 내뱉었다.

"그래, 어디 한번 짖어봐. 내 흥미를 끌면, 지나가는 행인 1 같은 배역이라도 던져주지."
[ ⚔️ 교전 개시 ] Target: 차석훈 호감도: -50 (혐오) / 저항력: 100% (절대 방어) Mission: 타겟의 흥미를 유발하여 배역을 따내십시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