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당신을 팔게요." 생계형 서큐버스.
[에덴의 장부: 1장 잔혹한 리허설] [에덴의 장부: 2장 화려한 데뷔] [에덴의 장부: 3장 망가진 인형극] [에덴의 장부: 4장 금기된 오디션] [에덴의 장부: 5장 파멸의 단막극]
1. 화려했던 1막 (The Golden Age)
2. 비극의 2막 (The Tragedy)
3. 지옥의 3막 (The Living Hell)
서울의 낡은 빌라, 불 꺼진 방 안. 윤이서(22)의 얼굴이 노트북 모니터의 창백한 불빛에 비쳐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마우스 휠을 신경질적으로 굴렸다. 화면 가득 뜬 것은 '고수익 알바', '단기 고액', '여성 우대'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뿐이었다.
"시급 1만 원... 편의점, 카페... 월 200..."
이서는 마른세수를 하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녀의 목을 조르는 아버지의 유산, 빚 10억. 원금은커녕 당장 매달 갚아야 할 이자만 2,000만 원이었다. 편의점 알바? 숨만 쉬고 1년을 모아도 한 달 치 이자를 못 낸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검색창에 다시 입력했다. [여대생 고수익 밤알바], [텐프로 면접], [룸살롱 에이스]
모니터에 뜬 구인 광고들은 화려했지만, 그 이면의 끔찍한 현실이 하수구 냄새처럼 피어올랐다. 술을 따르고, 웃음을 팔고, 결국엔 몸까지 팔게 될 것이다. 명문대 연극영화과 퀸카라는 타이틀도 그곳에선 그저 '상품명'에 불과했다.
지잉- 지잉-. 지잉-.
책상 위에 엎어둔 핸드폰이 발작하듯 진동했다. 액정에 뜬 이름은 '강 실장'. 사채업자의 행동대장이었다.
[강 실장: 이서야. 오늘 자정까지다. 입금 안 되면 네 어머니 가게로 애들 보낸다. 이번에도 안 되면 알지? 돈 대신 네 몸값으로 퉁치는 거.]
"하..."
이서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차피 이자를 못 내면 강 실장에게 끌려가 끔찍한 일을 당한다. 제 발로 화류계에 들어가나, 끌려가나 결말은 지옥이었다.
그때였다. 모니터 구석, 묘한 배너 하나가 소리 없이 떠올랐다.

"에덴의 장부 (Eden's Ledger)" 당신이 선택한 남자의 가치를 팝니다. 최대 페이: 억 단위 가능.
이서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지, 이 사기 같은 사이트는...?"
남자의 가치를 판다니. 장기 매매라도 알선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고위층 약점이라도 캐오라는 소리? 어느 쪽이든 정상은 아니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뻔하지. 억 단위는 무슨. 클릭하면 불법 도박 사이트나 다단계로 연결되겠지."
하지만 마우스 커서는 홀린 듯 그 배너 위를 맴돌았다. '억 단위'라는 단어가, 지옥 같은 10억의 빚을 단숨에 해결해 줄 유일한 동아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망설이는 사이, 배너의 문구가 바뀌었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이곳은 당신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일은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내 선택을 우선시한다고?"
강 실장의 협박, 빚쟁이들의 강요, 어머니를 향한 위협. 지난 몇 달간 이서의 삶에 '선택'이란 없었다. 오직 '강요'뿐이었다. 그런데 이 수상한 사이트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겠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딸깍. 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배너를 클릭했다.
화면이 바뀌며 QR코드와 함께 경고 문구가 떴다.
[다운로드 링크 생성 완료] 다음 링크를 눌러 핸드폰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십시오. (주의: 한 번 설치된 어플은 절대 지울 수 없으며, 기기를 변경해도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삭제가 안 된다고?"
이서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요즘 세상에 못 지우는 게 어딨어. 그냥 공장 초기화 한 번이면 끝이지."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핸드폰을 들어 QR코드를 찍었다. 화면이 검게 변하며 설치 바(Bar)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치가 완료되기 직전, 붉은색의 마지막 경고창이 핸드폰 전체를 뒤덮었다.
[SYSTEM WARNING] 이것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창을 나가면 다시 빚더미 속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시겠습니까? (Y/N)
이서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일 밤 빚 독촉에 시달리고, 어머니가 해코지당할까 봐 잠 못 이루는 그 지옥 같은 일상으로?
"아니... 난 못 돌아가."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 이서는 떨림 없이 화면 중앙의 [Y]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검게 변하며 설치가 완료되자, 붉은 레이저가 당신의 홍채와 얼굴을 스캔했다.
👤 [User Profile Created]
이름: 윤이서 (22세)
직업: 연극영화과 학생 / 각성한 서큐버스
등급: F (성장형)
(System: 현재 최하위 등급입니다. 영혼 수확을 통해 성장하십시오.)
[Eden's Ledger is active.]
프로필 확인이 끝나기도 전, 붉은 경고창이 먼저 시야를 가렸다. 강 실장이 통보한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분. 그때, 앱이 [긴급 대출 서비스] 팝업을 띄웠다.
💳 [긴급 대출 서비스]
채권자: 강태성 (강 실장)
청구 금액: ₩ 20,000,000 (이자)
대신 지불하시겠습니까? (Y/N)
(주의: 지불 시 귀하의 에덴 잔고는 마이너스로 전환됩니다.)
이서는 망설일 틈이 없었다. 손가락이 떨렸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제발... 제발 진짜여야 해."
꾹. 그녀가 [Y] 버튼을 눌렀다.
[Processing...] [Transaction Complete.]
띠링- 거짓말처럼 1초 뒤, 상단 알림 바에 문자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강 실장. [강 실장: 입금 확인했다. 용케 구했네? 이번 달은 넘어가지만, 몸조심해라.]
살았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어플리케이션의 메인 화면이 갱신되며 잔혹한 규칙들이 붉은 핏물처럼 화면을 뒤덮었다.

"유부남에 인기 스타면... 수억 원." 이서는 혀를 찼다. 이 미친 앱은 인간의 욕망을 철저하게 가격표로 매기고 있었다.
5. 악마의 사용 설명서 (Rules of Eden)
스크롤을 내리자, 그녀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대가와 끔찍한 형벌 조항이 나타났다.

"하루 유지비가... 100만 원?"
이서는 손이 떨렸다. 대출금 이자까지 합치면 숨만 쉬어도 매일 300만 원씩 빚이 늘어난다는 소리다. 게다가 파산하면 영혼 소멸. 강 실장에게 팔려가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System: 에덴의 마안이 활성화되었습니다.] [System: 첫회 유지비 -1,000,000원이 차감되었습니다.]
화아악- 순간, 이서의 양쪽 눈동자에 붉은빛이 감돌더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희미했던 창밖의 불빛들이 선명해지고, 허공에 데이터들이 유령처럼 떠다니기 시작했다.
"하..."
이서는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공포에 질려 파랗게 뜬 입술을 억지로 깨물어 붉게 만들었다.

살고 싶다면, 아니 영혼이라도 지키고 싶다면 이제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래, 해 보자고. 지옥에 떨어지기 싫으면 악마라도 돼야지."

"으... 누굴 골라야 하지?"
다음 날 등굣길, 이서는 초조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혼잣말) "유부남에 인기 스타면 수억 원..."
하지만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면 진작 10억 빚은 없었을 터.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만약 이 어플이 사기라면? 꽃뱀으로 몰려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줄여야 해. 일단 급한 불부터..."
그때였다.
복학생: "어? 윤이서! 과제 제출하러 왔어?"
"아, 민석 오빠. 네, 혹시 교수님 계세요?"
지나가는 복학생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평소라면 적당히 웃어넘겼겠지만, 오늘 이서의 눈에는 그가 사람이 아닌 데이터 덩어리로 보였다.
지잉- [패시브: 에덴의 마안] 이 초점을 맞추자, 남자의 머리 위로 붉은 바코드가 떠올랐다.

[Target: 박민석 (복학생)] 가치: ₩ 10,000,000 (기본) 특이사항: 모태솔로. 학자금 대출 보유. 등급: D- (폐급)
(속마음) '천만 원짜리... 게다가 빚쟁이네. 패스.'
이서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사람들은 잃을 게 없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윤이서랑 잤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닐 게 뻔하다. 기억 소거 비용(3천만 원)을 쓰면 오히려 적자다.
(속마음) "가성비 최악이야. 절대 자기 입으로 말 못 할 사람, 그런 놈을 골라야 해."
답은 간단했다. '잃을 게 많은 남자'.
그때, 과 사무실 문틈으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학과 조교 김도진(28). 다음 달 결혼하는 예비 신랑이다. 청첩장까지 돌린 마당에, 여자 문제는 그에게 치명타다.

(속마음) '그래... 저 사람이라면.'
이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미 붉은색 필터가 씌워진 시야(마안) 로 그를 응시했다.
지지직-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집중하자, 허공에 떠 있던 희미한 데이터가 선명하게 구체화되었다.

[Target Scanned] ID: 김도진 (28세 / 조교) Status: 예비 신랑 (금기 ×5.0) Bonus: 학과 내 평판 우수 (인기 ×1.2) Value: ₩ 60,000,000
"6천만 원..."
[1,000만 × 5.0 × 1.2] 정확한 계산이었다.
앱이 진짜라면 대박이고, 가짜여도 상관없다. 그는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테니까. 나보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이니까. 이건 '뒤탈 없는 장사' 다.
(속마음) '미안해요, 조교님. 결혼 전에 마지막 추억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서는 핸드백에서 쿠션을 꺼내 화장을 고치고, 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었다. 가장 쉽고, 확실하고, 무엇보다 안전한 사냥감.
"찾았다. 내 튜토리얼."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