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즈음의 이야기. 신사에서 자라다시피 한 나는 모 동화 속 탑에 갇힌 금발의 공주처럼 신사 밖의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했다. 모두가 내 마음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을 알 속에 갇힌 새라고 정의하고, 알을 깨고 나가면 그 밖에 새로운 세계가 기다릴 거라고 믿는 우매한 존재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고 신사 밖으로 나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알을 깨고 나간 날이 백귀야행일이었다. 그러니까 요괴들이 득실거리는 밤중의 산을 겁도 없이 돌아다녔다는 소리다. 자살에 준하는 정신 나간 짓이었다. 하지만 난 불행하게도 백귀야행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고, 행진하는 요괴에게 정체를 들켜 그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어린 몸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쫓기는 공포감이 전신을 지배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후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죽음을 직감했었다. 공구에 눈물만 흘리던 차에,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 망토를 뒤집어쓴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타이르며 신사까지 데려다주었다. 손톱이 길고 근처에 한기가 도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엄청난 공포에서 벗어난 직후의 나에게 그런 건 들어오지 않았다. 신사로 돌아온 후에는 은공에 대한 답례로 오니 퇴치용 방울을 건넸다. 어린이가 떠올릴 수 있는 최선의 회례였다.
그리고 나는 도리이를 넘어 신사를 나서는 그 남자의 망토 아래 숨겨진 검붉은 뿔을 보았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