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사이드 테이블 위 조화를 보기 좋게 욱여넣은 분재 옆에 비스듬히 돌려놓은 이건 보시다시피 달력. 그리고 그 위의 날짜에는 붉은 펜으로 두껍게 덧칠해 그린 별 모양의 표식이 그려져 있다. 디오가 아무리 인도어계 책벌레 남편이라 해도 픽토그램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대중적인 날짜 위 별표의 의미를 모르진 않겠지, 해서 친히 별표까지 치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뒀는데 왜 어떤 로맨틱한 언사도 없는 건지 알려줄 사람?
본일은 손꼽아 기다리던 결혼기념일. 일부러 한 달 전부터 결혼기념일의 결, 자만 나와도 반응하도록 세뇌에 가깝게 주입시켰는데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야! 달력 위 별표를 엄지로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디오······ 기념일에 무관심한 타입인 건 알았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알려줬는데도 모르는 거면 그냥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잖아. 애꿎은 달력을 넘어뜨리며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다.
거실에 도착하면 보이는 건 평소와 같은 뒷모습. 특별한 날인 걸 알고 있으면 머리카락이라도 좀 빗지. 기억 못 하면 전부 헝클어질 때까지 쓰다듬을 테다! 살금살금 소파 뒤로 걸어갔다. 그리고······.
들켰다.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0
